[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쉬는 날인데도 화재현장 달려와 진화하다가 유독가스에… 서귀포소방서 강수철 119센터장
사고 당일 비번이었던 강 센터장은 서귀포시 토평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사무실에서 ‘서귀포시 농협 앞 단란주점 화재’라는 다급한 문자를 받았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차량에 방화복, 방화모, 공기호흡기 등 개인 소방장비를 싣고 화재 신고 14분 만인 오후 7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강 센터장은 계단을 이용해 소방호스를 들고 화재 현장 맨 앞에서 진화에 나섰다. 보통 화재 현장에는 일반 대원이 현장에 진입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날은 간부였던 강 센터장이 직접 소방호스를 잡은 거였다. 다른 대원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2층 건물 유리를 부수려고 시도했지만 단란주점 유리창이 부직포 등 4겹으로 차단돼 있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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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서귀포소방서 지명준 현장대응과장은 오후 8시 45분경 대원들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강수철(센터장)”이라는 이름을 세 차례 불렀고 강 센터장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10여 분이 흐른 뒤 동료 소방대원은 유독가스가 남아 있는 2층 단란주점 홀에서 마스크가 벗겨진 채 쓰러져 있는 강 센터장을 발견했다. 대원들은 곧바로 강 센터장을 건물 밖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지 과장은 “강 센터장은 평소에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비번이라도 화재 현장에 먼저 뛰어오곤 했다. 이번에도 경험이 모자란 젊은 대원들이 다칠까봐 사선에 직접 뛰어들었는데 이런 변을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의 임춘식 대륜119센터장은 “강 센터장은 전국 소방기술경연대회에 제주도 대표로 수차례 나갈 정도로 체력이나 정신력이 뛰어난 소방간부였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앞장을 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그를 너무 일찍 보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소방서 측은 강 센터장이 내부에 흩어진 전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호흡기가 벗겨진 뒤 순식간에 유독가스를 들이마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1992년 소방사로 임용됐고 올해 3월부터 동홍119센터장을 맡아 왔다. 소방안전본부는 강 센터장을 순직 처리하고 1계급 특진(소방령)과 녹조근정훈장 추서를 건의하기로 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귀포소방서에는 14일 강 센터장의 솔선수범 정신을 기리는 동료 대원과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결식은 17일 오전 8시 서귀포소방서장으로 거행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진정임 씨(46)와 아들(18), 딸(16)이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