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몸에 매달린 프로텍터가 터질 듯 어색하다. 그러나 롯데 최준석은 12일 광주 KIA전에서 9년 만에 포수로 앉은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도루 저지까지 해내며 맹활약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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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KIA전 9년 만에 포수로 투입
149km 공 척척 잡아내고 도루도 막아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롯데-KIA 경기 9회말 1사. 8회 머리에 공을 맞은 강민호가 수비 도중 결국 교체됐다. 롯데는 이미 용덕한이 교체된 상황, 강민호는 최준석에게 자신의 프로텍터를 건네며 “형, 사인 다 알죠?”라고 말했다. 9년 전 포수 경력으로 응급 투입된 최준석은 “내가 포수가 아닌데 사인을 어떻게 아냐?”라며 황급히 투수 강영식에게 뛰어갔다.
모두가 불안한 시선으로 마스크를 쓴 최준석을 바라봤다. 경기는 11회말까지 이어졌고 최준석은 공 50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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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타격훈련을 마친 최준석은 “솔직히 프로텍터가 너무 작아서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고 고백해 큰 웃음부터 줬다.
사실 포수 미트는 최준석에게 애증의 물건이었다. 2001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한 최준석은 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리고 2005년까지 포수로 뛰었다. 그는 “포지션을 바꾼 후 혹시 미련이 남을까, 아쉬움을 계속 느껴질까 봐 미트에 손도 대지 않았다. ‘이제 타격만으로 프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런 절박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포수는 매우 특수한 포지션이다. 1987년 해태 시절 롯데전에서 갑자기 포수로 교체된 백인호 현 KIA 수비코치는 마운드에 있던 선동열 감독에게 “슬라이더는 못 잡겠다. 직구만 던져달라”고 말한 일화도 남아있다.
그러나 최준석은 강영식의 변화구도, 최대성의 149km 강속구도 척척 잡아냈다. 그는 “강속구는 타석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무섭더라. 도루 저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뛰기에 던졌는데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웃으며 “변화구는 ‘치는 것 보다 받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다. 용덕한 선배에게 덕아웃에서 사인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변화구를 잡는 감각이 조금은 남아있었나 보다. 최대성의 공은 손가락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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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롯데 김시진 감독은 13일 선수보호 차원에서 강민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김사훈을 올렸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