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변태 쌤 있어도 참았지” “헐! 폰카 없었어요?”

입력 | 2014-07-10 03:00:00

1998 여고괴담 세대와 2014년 소녀괴담 세대, 2대2 토크 토크




1998년 개봉했던 영화 ‘여고괴담’(왼쪽 사진)과 요즘 상영 중인 ‘소녀괴담’. 그때나 지금이나 여고생 귀신들은 때깔 좋은 생머리를 자랑한다. 아, 물론 사진에 나오는 인물이 꼭 귀신이란 소린 아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동아일보DB

그놈의 학교엔 17년째 귀신이 산다.

2일 개봉한 영화 ‘소녀괴담’은 ‘여고괴담’(1998년)의 DNA를 물려받았다. 제목이나 설정도 그렇고 오마주다 싶은 장면도 눈에 띈다. ‘학원 공포물’의 계보를 제대로 이었다.

흥행도 괜찮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약 34만 명이 관람했다. 여고괴담이 그해 한국영화 흥행 2위(150만여 명)였던 수준은 아니라도, 대작 틈바구니에서 나름 선전. 여고생 귀신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월계관을 내려놓지 않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과 같은 나이대인 여고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여고괴담이 개봉했을 때 고2였던 주부 이성혜 씨(34)와 고3이던 전문직 여성 A 씨(35),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소녀괴담을 본 여고 1학년생(16) 2명을 만났다.

△이 씨=여고괴담이 학교 현실을 반영했다? 꽥꽥 소리 지른 기억뿐인데…. 나중에 그런 면도 있구나 알게 됐지. 공포영화 보며 뭘 찾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일단 무서워야지.

△여고생 B 양=헐, 대박(이 말을 거의 문장마다 사용). 시간 때우려 봤어요. 별 ‘쇽(쇼킹)’하지도 않던데. 그냥, 강하늘 짱! 김정태는 쩔어요(웃겼단 뜻이라고). 하긴 왕따는 어디나 있죠. 근데 고딩은 아니고 초딩, 중딩 때 난리죠. 지금은 서로 관심 없고 바쁘니까. 서너 명씩 베프(가장 친한 친구) 먹고, 딴 애들은 띄엄띄엄 보죠. 서로가 따 시킨다고나 할까.

△A 씨=여고괴담엔 변태 선생 나오잖아. 어느 학교나 1명씩 있었어. 우린 체육선생. 애들 지각하면 양동이에 물 떠와선 양말 벗고 발 씻으라 그랬어. 그걸 지긋이 바라보는 거야. 아, 지금 생각해도 짜증난다. 옆 학교엔 그렇게 허리 꼬집는 선생이 있었대.

△여고생 C 양=헐, 대박. 그걸 왜 참아요? 폰카로 찍어 웹에 올려버리지. 요즘엔 그런 쌤 없는 듯. 물론 찌질 쌤은 있는데, 안 엉키면 됨. 그래도 예쁘면 좀 대접받죠. 대신 조심해야 돼요. 나대면 일진들이 밟거든.

△이 씨=그땐 참는 게 당연한 줄 알았지. 학생주임도 꼭 자는 애 깨울 때 손등으로 뺨을 쓰윽 비볐어. 여고괴담에서 귓불 만지는 장면에서 그 선생이 떠올랐어. 대신 우리 땐 왕따는 심하지 않았지. 없진 않고, 너무 잘난 척하면 반에서 은근히 따돌림 당했지.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철없었네.

△C 양=영화처럼 여자 일진이 남자애 때리고, 남짱이 여학생 빵셔틀 괴롭히는 건 어색해요. 교실에선 남자 여자는 서로 안 건드려요. 급 떨어지게…. 재수 없게 구는 남짱 여친은 있어요. 칠판에 ‘누구누구 잤다’고 쓰는 거? 어유, 애들인가.

△이 씨=공학 다녔는데, 학교 커플은 그때도 있었지. 근데 상급생 오빠랑 사귀는 경우가 많았어. 대학생 만나는 애들도 드문드문 있었고.

△A 씨=성적, 가정형편이 잣대인 분위기는 확실히 있었어. 그건 여고괴담이 잘 담았어. 그때 그래서 어디 단체가 항의도 했을걸.(한국교총이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뭐가 바뀐 거 같진 않은데.

△C 양=지금도 비슷하죠. 누구네 집 딸내미는 쌤도 터치 못함. 빽이 짱이죠. 글고 얘(B 양)는 강하늘 좋다는데, 영화처럼 귀신 보는 애라면 깨요. 어릴 땐 분신사바니 뭐니 유행했지만. 빨간 마스크도 언제 적 얘긴데, 요샌 동네 아저씨가 더 무서워.

△B 양=근데 왜 공포영화 보냐구요? 여름에 쌩하잖아요. 그럼, 배트맨은요? 초인이나 귀신이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