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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일해도 7만원” 공사장 찾는 청년들

입력 | 2014-07-08 03:00:00

2013년 20대 9만명 건설현장 알바
“박봉에 시간 뺏기는 알바보다… 짧게 일하고 취업준비 전념”
사업주도 힘좋은 청년층 선호… 60대이상 인부는 갈수록 줄어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취업을 준비해온 A 씨(29)는 최근 건설현장에서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하고 싶을 때마다 일용직으로 언제든지 일할 수 있고 일당(7만 원)도 올해 최저임금(5210원) 기준 일당(하루 8시간 근무 4만1680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A 씨는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시간도 많이 뺏기는 편의점, PC방 등의 아르바이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돈도 많이 벌면서 취업준비도 병행할 수 있다”며 “건설현장에서도 어르신들보다는 신체가 건장한 20대를 선호하는 편이라 일자리를 구하기도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 막노동으로 몰리는 청년들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A 씨처럼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20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만 약 9만 명의 청년이 3개월 이내의 단기계약직으로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내놓은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퇴직공제에 가입한 건설일용직 근로자 401만 명 중 20대 근로자는 40만9000명(외국인 1만5900명 포함)으로 전체의 1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공제에 가입한 전체 건설일용직 근로자 10명 중 1명은 20대인 셈이다. 2009년 5.5%에 불과하던 20대 건설일용직 비율은 해마다 1∼2%포인트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2009년 16.2%에 이르던 60대 장년층의 비율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14.1%까지 떨어져 30대(15.9%)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건설현장 유입이 늘고 사업주들도 청년들을 선호하면서 장년층의 건설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올해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10.9%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고 5월 청년실업률 역시 8.7%로 작년 동월(7.4%)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3개월 미만의 초단기계약 근로자로 범위를 좁히면 20대 청년층 비율은 전체의 14.7%까지 높아졌다. 공제회 조사 결과 지난해 초단기계약을 맺고 하루 이상 일한 일용직 근로자는 총 62만 명으로 약 9만1000명(외국인 5100명 포함)의 20대 청년이 ‘막노동 알바’를 뛴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건설현장의 ‘보통인부’ 비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통인부란 특별한 기술 없이 노동을 하는 근로자로 비교적 쉽게 건설업에 진입할 수 있다. 2009년 29.4%였던 보통인부 비율은 지난해 32.7%까지 증가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들어오는 20대는 대부분 기술 없이 그야말로 막노동을 하는 형태가 많다”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청년층이 늘면서 보통인부의 비율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퇴직공제 미가입자까지 따지면 더 많아


1년 미만 단기로 근로계약을 하고 일당을 받는 건설일용직 근로자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운영하는 퇴직공제사업에 가입할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임금의 일정 비율을 일정 기간 이상 공제회에 적립한 다음 퇴직할 경우 일시불로 퇴직금을 받는 형태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는 3억 원, 민간공사는 100억 원 이상 사업장에 한해 가입이 가능하고 1년 근무일(252일)을 채우면 약 108만 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통계연보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등록된 426만 명(25만 명은 이미 퇴직)의 건설일용직 근로자의 고용 형태를 처음 전수조사한 것으로, 표본조사에 의존하는 통계청 고용동향 등 기존 정부 통계보다 정확도가 높다. 그러나 퇴직공제 가입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공제회 관계자는 “빌라, 상가건물 등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청년층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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