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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위안 직거래, 美선 싸늘… 김치수출? 규제 풀어야 가능

입력 | 2014-07-07 03:00:00

[시진핑 방한 이후]한중 합의-발언 이면엔 ‘차가운 현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기간 한중 정상은 양국 관계는 물론이고 북한 미국 일본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4일 시 주석의 방한을 결산하면서 “마치 친척집을 방문하는 것 같았다”며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방한 기간에 나온 합의나 대화, 발언의 이면에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고 고민해 봐야 할 내용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중이 진정한 친척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꽤 있다는 뜻이다.

○ ‘한중 간에도 엄연한 역사적 현실 존재’


시 주석은 4일 서울대 강연에서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한중 양국이 고난을 겪었을 뿐 아니라 임진왜란 때는 왜에 대응하여 함께 싸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은 임진왜란(1592년)과 정유재란(1597년) 30년 뒤에는 한족이 세운 나라는 아니지만 청이 침략해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6년)을 당했다.

또 한국은 1945년 일제로부터 광복한 지 5년 만에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을 겪었다. 1953년 휴전으로 분단 상태가 지속된 큰 요인 중 하나는 중공군이 북한 편에 서서 참전한 것이다. 시 주석은 2010년 10월 ‘항미원조 전쟁 60주년 좌담회’ 참석차 베이징(北京)의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6·25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이를 대체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한중 정상은 4일 특별 오찬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훼손하려고 한 것에 한목소리로 유감을 표시했다. 많은 증거를 통해 확인된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것은 인권 침해에 눈을 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 등은 중국이 자국 내 탈북자를 붙잡아 강제 북송하는 것도 인권 침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경제 비전 ‘립 서비스’로 끝나지 말아야


시 주석은 4일 한중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대중 투자를 적극 장려했다. 하지만 중국 투자 환경은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첨단 기술과 친환경, 미래 에너지 분야 등은 환영하지만 노동집약적, 환경오염 유발 산업은 투자하기 어렵다. 중국 토종 기업들과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중국 자오퉁(交通)은행 서울지점을 한국 내 위안화 청산 결제은행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서울은 세계 7번째로 위안화 청산 결제은행을 갖게 됐다.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기여하겠지만 ‘달러 제국’의 쇠퇴를 우려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색하게 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한중 정상은 또 한국 김치의 중국 수출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절임채소 위생표준’에 따르면 수입 김치는 ‘100g당 30마리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돼선 안 된다. 한국 김치가 이 기준을 맞추려면 발효 단계가 지나 푹 삭아 먹지 못할 정도가 돼야 한다. 실제로 한국 김치의 대중 수출 실적은 ‘0’이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육로로 중국을 지나 러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구상을 이번에도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북한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데다 공동성명에서 ‘확고히 한반도 핵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북한을 자극해 북한이 육로를 열어 줄지는 의문이다.

○ ‘금지된 드라마 칭찬한 시 주석 부부’


시 주석은 4일 서울대 강연에서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유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중국 당국의 심의 규정에 맞지 않아 인터넷으로만 소개됐다. 외계인이나 귀신 같은 ‘미신을 선전하는 내용’은 방영 불가라는 규정 때문이다.

4일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세계 인터넷의 중심은 최고 인프라를 가진 한국과 최대 시장을 가진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하면 세계경제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 회장이 이런 발언을 하는 순간에도 한국 카카오톡의 중국 내 PC 버전은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2일부터 불통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의 방한 기간 중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등 설만 무성하다. 인터넷 시대를 이끄는 국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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