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이경아 옮김/304쪽·1만2000원·시공사
이웃 여자가 외출한 사이, 옆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라야는 독성물질인 가성소다를 푼 물을 아기가 있는 방문 바닥 틈으로 끼얹고는 모른 척했다. 아기는 사라졌고, 이웃 여자는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라야는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라야의 잔인한 계획은 성공한 것일까. 어느 날 아침 서서히 죽어가는 라야 앞에서 이웃 여자는 선언한다. “우리는 비긴 거야.”
표제작에 해당하는 ‘복수’의 내용이다. 여섯 쪽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 뚜렷한 기승전결과 예상치 못한 비밀이 탄탄하게 맞물려 있다. ‘이야기의 마녀’라 불리는 러시아 작가 페트루…스카야(76)의 짧은 이야기 21편은 음울하고 기괴하며 신비롭다. 유머와 반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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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보다 영미권에서 먼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2009년 펭귄북스). 뉴욕타임스는 ‘번뇌를 만들어내는 나약한 인간 본성과 운명이 빚은 사건들을 놀랍도록 적은 단어만으로 마법처럼 버무려냈다’고 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