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日 문안 통보해와 의견만 줬을뿐”… 유병우 “정부간 문안교섭은 절대 없었다”

[日 고노담화 검증결과 발표]
당시 외무부 장관-亞洲국장 증언

“고노 담화 발표를 앞두고 한일 간에는 교섭이나 협상이 없었다. 일본이 문안을 통보해 와 한국의 의견을 줬을 뿐이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20일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에 대해 “(의견 전달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필요한 절차”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장관은 1993년 담화 발표 당시 장관이었다.

그는 “한국이 문안을 통보받은 뒤 의견을 줬다고 해서 고노 담화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고노 담화가 한국 정부의 요구 때문에 나왔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만큼 당시 일본 정부가 허약하고 형편없었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며 이는 일본이 ‘누워서 침 뱉기’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담화 발표 당시 외무부 아주(亞洲)국장이었던 유병우 전 주터키 대사도 “단언컨대 일본과 문안 교섭과 같은 정부 간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검증보고서에서 ‘문안 교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일본식 ‘네마와시(根回し)’라고 했다. ‘사전 교섭’을 뜻하는 이 말은 일본이 어떤 문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는 사전 의견 조율을 말한다.

그는 “당시 ‘금전 보상은 필요없다, 진실 규명과 책임을 인정하라’는 한국 요구에 외교적 수세에 몰린 일본이 스스로 고노 담화를 내놓은 것”이라며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일본 정부가 인기 영합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