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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입력 | 2014-06-19 03:00:00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
“여당도 야당도 낡은 보수-진보 틀에 갇혀 제 역할 못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대한민국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49)는 위상이 크게 오른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대선주자 후보군’에 꼽히긴 했지만 이제는 현실적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선거 당시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나름의 확신이 생긴다면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선언을 하겠다”며 ‘대망론’을 드러냈다. 11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도지사 접견실에서 만난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대권 도전은) 더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단결과 정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재선만을 위해 정치를 하고 지역 챙기기에 바빠 국가적 의제를 제대로 해결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인터뷰는 박원재 동아일보 부국장과 종합편성TV 채널A 이명건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는 말이 나온다.

“언론에서 그런 평가를 해주니 영광이다. 하지만 아직은 지방정부의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하면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식민지와 분단, 전쟁, 보릿고개, 산업화, 독재, 민주화를 겪으면서 적지 않은 상처가 생겼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상처를 봉합하기보다 확대시키면서 지지기반을 굳혀 왔다. 이제 국민 통합과 화합을 이뤄야 한다.”

―최근 안 지사가 ‘정의’를 강조한다고 들었다. 재선한 뒤 직원회의에서 ‘공직은 사회적 정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했다는데….

“정의는 ‘억울함이 없는 것’이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정의로워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농촌이 도시에, 여성이 남성에, 사회적 소수자가 다수자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여선 안 된다. 정의의 수준이 높아져야 우리 사회가 푸른 숲처럼 건강해진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각자의 입장과 이해가 있을 때 어떻게 단결하고 정의를 구현해야 할까.

“민주주의가 해법이다. 민주주의적 단결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한 뒤 다시 힘을 합쳐 나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경쟁 자체가 아름답고 공정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의 룰’과 ‘더불어 살려는 자세’다. 우리의 전통인 ‘까치밥(겨울에 까치 따위의 날짐승을 배려해 따지 않고 한두 개 남겨두는 감)’은 공동체를 중시한 시민의식이고 삶의 지혜였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우선 600년 된 9품계의 공무원 조직을 바꿔야 한다.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을 바꿔 공무원들이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는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은 표가 많이 나온다고 무책임한 약속을 남발해선 안 된다.”

―요즘 여의도 정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20세기 지역주의와 분단, 냉전의 상처를 간직한 보수와 진보 이념에 기반한 정치 행태로는 21세기의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여의도는 ‘엄석대’(이문열 소설의 주인공으로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씨 등 ‘3김’을 의미)가 사라진 학급 같다. 강력한 리더가 사라진 자리에 자율적인 정치 리더십이 형성되지 못해 무규율하고 무책임하다. 의원들은 재선만을 위해 정치를 하는 듯하다. 국회는 영어로 ‘National Assembly’다. 지역구가 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런데 과연 국회가 국가적 어젠다를 제대로 소화해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영호남과 충청 등 자기 지역의 현안 사업에 국가재정을 빼오는 역할밖에 못하지 않나. 양극화와 균형 발전, 농업 회생 등은 지역을 불문한 시급한 해결 과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인가.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라지만 사실상 대통령은 힘이 없다. 우리 사회에 국민은 존재하지 않고 이익집단만 있는 게 문제다. 대통령과 정당 언론 시민사회 노동조합 모두 각자 속한 집단의 이익에만 충실했던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안 지사가 속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이런 정당과 의회 구조에서는 야당이든 여당이든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우리는 각 정당과 지역의 대표성을 뛰어넘는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공의(公義)’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치가 잘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대북정책을 예로 들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을까. 그들은 일부러 북한에 갖다 바친 것일까. 모든 얘기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서로를 ‘종북좌빨’, ‘보수꼴통’이라고 공격만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재적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야권의 주자에는 안철수 대표도 있고 문재인 의원도 있다. 이들을 평가한다면….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런 정당 구조 내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20세기와 결별하자고 강조하는 것이다. 20세기의 원망과 미움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과거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싸움은 그만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 시대에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이 전진한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긍정을 기억할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그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했다거나 법질서를 훼손했다면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최고책임자로 그분들이 내렸던 정책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참여정부 시기에 불편했던 분들도 있을 테지만 그것이 헌법과 본질에 비추어 위법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대통령 노무현의 정책이었던 거다.”

―민선 6기에는 어떤 정책을 선보일 것인지….

“‘3농(農)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전통 산업은 제조업 서비스업과 비교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농촌이 잘되면 ‘도시의 네온사인 대신 농촌 밤하늘의 별을 선택하라’고 권할 수 있다. 환황해권 시대와 국민의 단결, 정의의 확산, 정부 분야 혁신을 주도하는 지방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안 지사와의 인터뷰는 19일 오전 8시 채널A의 ‘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 ‘충청 블루칩’ 정치적 존재감 높아져 ▼

보수성향 강한 충남서 지사 재선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가 11일 충남 홍성군의 충남도청 도지사 접견실에서 동아일보 박원재 부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명건 채널A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성=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노무현의 적통(嫡統)’으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보수의 만년 텃밭이던 충남지역에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깃발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민선 4기까지 충남지사는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보수 진영이 차지해왔다.

그러나 안 당선자는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누르고 재선됐다. 이를 계기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등 정치적 위상은 더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 차세대 리더론’이 먹힌 것은 안 당선자에 대한 충청권 주민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충남도의회는 의원 40명 중 30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그럼에도 안 당선자는 겸손과 소통, 개혁성 등을 무기로 지지기반을 꾸준히 넓혀 왔다.

철물점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높은 사람이 되라며 이름을 ‘희정(熙正)’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 정무팀장, 2008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3농 혁신과 행정혁신, 지방분권 등을 주요 도정 과제로 삼아온 그는 민선 6기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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