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안정환(오른쪽). 사진제공|MBC
명색이 스포츠신문 기자라면서 축구 중계방송이라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마치 시류에 편승하듯 열기가 고조되고서야 ‘아! 봐야하는구나’ 깨닫나보다. 월드컵 파견 취재가 아니라면 축구의 ‘축’자에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3인의 여기자들. 이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미지의 신세계’요, ‘호기심천국’이었을, 18일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 중계방송에 ‘감히 사심(私心)’의 눈을 들이댄다.
● MBC
이쯤 되면 ‘묻어가기’ 아닐까.
그런데도 해설에 관한 한 안정환이 더 큰 화제를 모으는 건 ‘유효 해설’의 효과다. 말수는 적지만 귀에 쏙쏙 박히는 ‘센 말들’. ‘영리한 테리우스’의 공격적 해설은 꽤 자극적이다.
지상파 방송 3사 해설위원 중 선수들의 실명을 콕 집어 꾸짖는 이는 그 뿐이다.
이근호의 골이 터진 직후 그 격한 와중에 “소주 사겠다”며 사심을 드러내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박주영은 “안 뛰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성용이 옐로카드를 받았을 땐 “오른발을 들었으니 명백한 태클”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 골 보유자(한국기준)’로서 할 말은 하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자, 중계를 지켜보는 축구 팬을 대변하는 ‘입’이 되겠다는 각오다.
선수보다 축구 팬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작심은 끝없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손홍민이 골 찬스에 실패하자 “다른 선수에게 패스했다면 골이었다”고 두 번이나 강조했다. 앞서 이동국이 “안정환의 해설은 선수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말한 건 그냥 나온 우려가 아니었다.
■ 한국-러시아전 중계 말말말
안정환 “선수들 10km는 뛰어야”
“한국 선수는 한 명이 10km는 뛰어야 합니다.”(안정환)
(후반전 구자철, 한국영, 이청용의 총 움직임이 7km대로 집계되자)
“때땡큐죠.” (안정환)
(후반 23분 이근호의 골이 터지자. ‘땡큐보다 더 좋은 칭찬’이라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