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에 대해 강의중인 김두규 교수. 얼핏 인상을 쓰는 모습에 ‘학자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즉 강단이 있었다. 그가 깐깐해서 좋았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안다면 '유능한 장사꾼'으로 바뀔 수도 있다. 자본주의를 구가하는 요즘에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김선달을 평가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다. 김선달은 왜 이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을까.
평양은 풍수지리에서 보면 행주(行舟)형이다. 곧 배가 떠 있는 지세. 대동강도 배의 일부를 이루는 데, 떠다니는 배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다. 행주형인 땅은 모래가 많아 우물을 파면 오수나 생활하수가 그 구멍을 통해 스며들기 쉽고, 그렇게 되면 식수인 지하수가 오염되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함부로 우물 파는 것을 금했다. 자연히 식수 얻기가 곤란해진 일반 백성들은 김선달에게서 대동강물을 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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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우리인문학'에 관심 가져야
우석대는 전국 대학에서 유일하게 풍수와 관상 사주 작명 궁합을 가르치는 '민속학의 이해' '문화유산의 이해와 답사' '풍수지리와 전통문화'라는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세 과목 모두 교양 선택 과목이지만 인기가 높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공통의 관심사, 그건 바로 '미래를 알고 싶고, 예측하고 싶다'는 것이다. "호기심 때문에 강의를 개설한 것은 아닙니다. 실체를 알아야 휘둘리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려 행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요." 김 교수가 대학에서 이들 과목을 개설한 이유다.
"풍수지리 사주 관상 궁합을 보는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시중의 술사들은 그중의 한 가지 방법을 통해 본 걸 놓고 그게 전부인 양 '좋다' '나쁘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주 관상을 가졌더라도 방심하면 실패할 수 있고, 설사 나쁘더라도 해결책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비판적인 생각을 갖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사주 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성인이 갖춰야할 자세를 빗대어 알려주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나'를 바로 서게 해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은 상쾌하다. 많은 대학생을 열광케 했던 몇몇 인문학서적들이 과연 얼마나 그들에게 영향을 줬을지 회의했던 적이 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우리문화 알기'를 통해 '나답게' 살 수 있다면 '문사철(文史哲)'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는 '문사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아는 척을 해왔는가.
대학 밖에서 인문학은 '상한가'를 기록 중이지만 안에서는 정반대인 이유를 김 교수는 교수들 탓으로 돌린다. "교재를 통한 지식 쌓기에 몰두해 시대정신을 끄집어내 대학생들이 뭘 해야 할지 자극하고 시대와 치열하게 대결했던 사람들의 정신을 학생들 가슴에 이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 "시대정신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풍수, 사주, 관상, 궁합도 실제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 새로운 정신을 일으키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 왔다"며 "돈의 기준으로만 보면 이것들의 진수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작명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
김두규 교수가 두루마기를 입은 해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더운날 이었지만 더운채를 내지 않았다. 김교수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디엔가 노출될 때에는 격식을 차려 품위있게 보여야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듯 했다.
풍수는 '또 다른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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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