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곡가 중에서도 취미광의 선구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사진)가 그 대표 격입니다. 그는 ‘철도 마니아’의 선조였습니다. 기관차 모델, 노선 정보, 시간표를 꼼꼼히 기록하며 많은 열정을 쏟았습니다. 시골 냄새 풍기는 ‘보헤미아 전원풍’ 작곡가로 알려진 그가 현대 문명의 이기에 매료된 계기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침 일찍 프라하 중앙역에 나가 역무원들을 깍듯이 ‘모시며’ 온갖 정보를 듣고 메모했다고 합니다.
그는 51세 때인 1892년 미국 뉴욕 국민음악원 원장으로 초빙됐습니다. 처음엔 뉴욕의 역무원들을 몰라 답답해했지만, 이윽고 프라하보다 기관차 종류도, 노선도 많은 미국의 기차 시스템에 매우 기뻐했다고 하죠.
사족을 붙이자면, 프랑스 출신 작곡가 오네게르는 1923년 기차 출발을 묘사한 관현악곡 ‘퍼시픽 231’을 발표했습니다. 어린아이라도 ‘기차다’라고 외칠 만큼 묘사가 정밀합니다.
취미광 작곡가로는 드보르자크와 비슷한 시대 활동한 교향곡 작곡가 브루크너도 꼽을 수 있습니다. 작은 소품을 여러 개 사 모으고 진열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에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 많은 것이 수집욕과 연관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19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임헌정 예술감독 지휘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합니다. 박진감 넘치는 4악장 시작 부분에서 ‘기차 출발’ 또는 ‘조스’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