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A 스님은 요즘 세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문득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축구 4 대 0으로 가나에 침몰. 축구계의 세월호를 지켜보는 듯한 경기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설화 아닌 ‘트위터 화(禍)’를 당한 소설가 이외수 씨의 일도 떠올랐다. 그는 누리꾼들의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침몰했다는 뜻인데 난독증 환자들 참 많군요. 게다가 반 이상이 곤계란들”이라고 반박했지만 곧 백기를 들었다. 글을 다루는 소설가조차도 그 짧은 글에 무너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재빠른 활용이 문명인의 척도가 된 시대의 단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몇 마디 글을 여기저기서 퍼서 나르고, 때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시켜주는 SNS의 즉각적인 반응과 매력은 현대인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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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스님이 1만2000여 명입니다. 이럴 경우 스님들은 투표권 있는 스님과 없는 스님, 두 부류로 나뉘네요. 조계종이 직선제도 못하고, 비구니라는 이유로 선출직조차 개방하지 않는 것을 알면 바깥세상에서 놀랄 겁니다.”(A 스님)
수시로 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이나 단체의 익숙한 분위기와 주장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국 밖의 세계와 단절되는 순간, 국자의 ‘불행’은 시작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에 더 안타까울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한 가지 맛밖에 모르면서 그 맛을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국 안의 국자가 될 수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