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는 일생 딱 열 차례만 오페라를 발표했습니다. 대략 4년에 한 번꼴이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오페라 프로덕션의 4분의 1을 점하는 초인기 작곡가로서는 지나칠 정도의 과작(寡作)이죠. 한 곡을 발표한 뒤에는 주로 다음 작품의 소재를 정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매니저사인 카사 리코르디조차 골머리를 싸맬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저작권까지 사들여 놓고는 포기한 작품도 여럿이었습니다.
이렇게 포기한 작품 중에 ‘마리 앙투아네트’(사진)가 있었습니다. 대본이 완성되기 전에 포기했으니 전체의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만, 마리 앙투아네트 공주가 자애로운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와 함께 살다가 프랑스의 루이 16세에게 시집가서 단두대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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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가 오페라로 만들려다 포기한 소재로는 ‘카사노바’ ‘어린이 십자군’,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와일드의 ‘피렌체 비극’, 하웁트만의 ‘한넬레의 승천’도 있습니다. 한넬레의 승천 장면은 푸치니가 완성한 ‘수녀 안젤리카’와 비슷할 것 같고, ‘올리버 트위스트’ 초반부의 떠들썩한 모습은 ‘투란도트’ 1막과 닮지 않았을까 싶네요. 좋아하는 작곡가의 생애를 읽는 것은 이런 상상의 재미도 줍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