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런데, 이 시점에서 엉뚱하게도 지난날 어렵게 이룬 신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 자체에 원죄(原罪)가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규제 완화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럴듯하지만 옳지 않다. 좁은 한반도, 부족한 자원 환경에서 산업화와 경제성장 노력, 규제 완화 정책 없이는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비극 앞에 선 ‘비극적 태도’다. 이른바 “옳지, 드디어 찬스가 왔네”라는 사람들이다. 6·25전쟁이라는 대재난마저도 “옳지 찬스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국민방위군 사건 주모자, 구호물자 도난 행위자, 염전 도난 행위자, 나아가 지리산과 덕유산을 기지로 한 공산주의자들도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일로는 2002년 미군 장갑차의 운전 잘못으로 인한 촛불시위, 2008년 쇠고기 수입을 두고 광우병을 옮긴다고 선동한 광적인 시위가 있었다. 이 촛불시위를 선동한 사람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반미운동에 불을 댕기려고 애쓴 것은 공통적이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교육 등 모든 분야가 살얼음같이 취약한 나라다. 겨우 일어설까 말까 하는 나라의 비극 앞에서 국민을 찢어발기는 데 앞장서기보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반쪽이나마 자유민주주의의 강성한 힘을 기른다. 그 모은 마음으로 8000만 한민족 통일을 기대할 수 있다. 재난과 비극은 돈벌이나 얕은 정략, 선거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는 이치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