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책장 하나를 독차지한 히가시노 게이고 코너. 해마다 세 편씩은 신작을 낼 정도로 다작하면서도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무라카미 하루키 다음으로 첫손에 꼽히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동아일보DB
히가시노는 1985년 데뷔 이후 해마다 세 편씩은 꾸준히 써내는 대표적인 다작(多作) 작가다. 매년 신작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품질이 고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의 작품은 최소 2만, 3만 부는 팔린다고 출판계는 보고 있다.
비채는 ‘몽환화’ 초판 1만 부가 금방 나가 곧바로 재판을 찍어 2만 부를 풀었다. 장선정 비채 편집장은 “보통 장르소설 초판이 2500∼3000부인 것에 비하면 ‘역시 히가시노다’ 싶다”고 했다. 장르소설 분야에서는 1만 부 판매를 ‘대성공’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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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구매자 가운데 30대가 42.7%를 차지했고, 이 중 여성이 29%로 남성 13.8%보다 더 많았다. 그의 작품에 주력해온 출판사 재인의 박설림 대표는 “난해하지 않은 구조 속에서 독자가 추리를 같이 풀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유혈 낭자한 스타일이 아니라 여성 독자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3∼5위는 ‘백야행’ 1∼3권(2000년·태동출판사)이 나란히 차지했다. 출판사가 2011년 부도가 나면서 현재는 절판됐다. 재인이 판권을 사들여 올 연말쯤 재출간할 예정이다.
히가시노 붐의 기폭제가 된 책은 ‘용의자X의 헌신’. 국내에는 2006년에 출간됐으나 일본(2008년)과 한국(2012년)에서 잇따라 영화화되면서 뒤늦게 인기를 끌었다. 2008년만 해도 히가시노 작품의 선인세가 30만 엔(약 300만 원) 선이었으나 이후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2009년에는 300만 엔까지 올랐다. 그해에만 11권의 책이 쏟아졌다. 요즘엔 신작의 경우 2000만 엔(약 2억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작가 중에선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오쿠다 히데오를 훌쩍 앞질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뒤를 잇는 절대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 발표한 최신작 ‘텅 빈 십자가’의 입찰이 조만간 있어 출판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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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는 노출을 꺼리는 작가다. 한 출판사는 최근에 촬영한 사진을 요청했다가 “사진으로 책 홍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답변을, 또 다른 출판사는 거금을 제시하며 한국 초청을 제안했으나 “소설을 쓰느라 외출할 시간이 없다”는 대답을 돌려받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