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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법원 “한국 간다며 배심원 기피… 법정 옮겨야할 판”

입력 | 2014-05-28 03:00:00

북한서… 홍콩서… 못말리는 한국드라마 열풍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아예 법원을 한국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홍콩 최대 부동산 회사와 전직 고위 관료 간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판이 27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이 사건의 주심인 마이지즈(麥機智) 홍콩 법원 판사는 전날 배심원단을 구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이 판사가 ‘법원 이전’이라는 농담을 던진 건 한류 때문에 배심원 선정에 애로를 겪었기 때문이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그는 순훙카이(新鴻基)부동산그룹으로부터 현금 2800만 위안(약 46억 원)을 받은 혐의로 라파엘 후이(許仕仁) 전 정무사장(司長·한국의 총리) 등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기 위해 26일 배심원단을 선정했다. 이번 재판은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에 이어 홍콩의 두 번째 재벌인 순훙카이그룹의 회장 형제들과 홍콩 권력서열 2위인 고위 공직자 간의 뇌물수수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배심원 선정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1차로 선발된 배심원 후보 39명 중 19명은 피고들에 의해 거부됐고 11명은 후보 본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빼달라고 신청했다. 특히 이 중 4명이 한국 여행을 가야 한다는 것을 면제 이유로 내세웠다.

특히 한 여성은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때문에 6월 말 회사 동료들과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다”며 빼달라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재판부는 “여행기간과 재판기간이 별로 겹치지 않을 것”이라며 면제 신청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7월에 일본 단체여행 일정도 잡혀 있다며 계속 면제를 요구하자 재판부가 수용했다. 이 여성 외에도 ‘별 그대’ 때문에 한국에 간다는 배심원 후보들이 계속 나오자 마이 판사가 반농담조로 한국으로 법원 이전을 언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법원은 간신히 남성 5명과 여성 4명 등 배심원 9명을 선정했다.

한편 홍콩의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4월 한국을 방문한 홍콩 주민은 5만6000여 명으로 1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한국에서 2월 말에 종영된 ‘별 그대’는 방영 당시 홍콩 중국 등에서도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시청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홍콩 주민들의 한국 방문 증가세는 5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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