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증 ‘동물복지 양돈농장 1호’… 강민구 강산이야기 대표
건강한 돼지를 키우는 ‘강산이야기’의 대표 강민구씨가 잔디밭에서 자신이 키우는 돼지들과 포즈를 취했다. 강민구 씨 제공
2007년 봄 전남 해남군에서 돼지고기 유통 사업을 시작한 강민구 씨(37)는 처음 방문한 돼지농장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일반적인 돼지 축사는 바닥이 구멍이 뚫린 철판이다. 똥을 싸면 밑으로 빠져 아래의 통에 차오른다. 스트레스 받은 돼지들은 서로 꼬리를 물어뜯기 때문에 꼬리와 송곳니를 자른다. 면역력이 떨어진 돼지들은 항생제 섞인 사료를 먹는다. 특히 임신한 어미 돼지(모돈)는 몸에 꼭 끼는 철제 우리(스톨)에 들어가 20일 정도를 옴짝달싹도 못한 채 지낸다.
자녀가 넷인 강 씨는 “아이에게 맘 놓고 줄 돼지를 찾았지만 국내 돼지 사육 환경은 너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결국 직접 건강한 돼지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축산학을 전공한 지인에게서 ‘동물 복지’라는 개념을 들었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 도축할 가축이라 할지라도 안전한 먹이를 먹고 고통 받지 않으며 본래 습성대로 자라도록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유럽의 복지 농장 자료를 찾으며 차근차근 공부했다. 꼼꼼히 축사를 설계한 끝에 2008년 11월 해남군 황산면에 돼지 2900여 마리를 위한 ‘스트레스 없는 축사’가 완성됐다.
최근 강 씨는 이 농장을 아동 체험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다. 그는 “‘돼지를 실제로 본 애들이 없다’는 초등학교 교사 말에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했다”며 “우리 농장만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농장 운영이 쉽진 않다. 깔짚을 자주 갈아야 해 비슷한 규모의 농장보다 직원이 배로 필요하다. 보수를 더 줘도 1년을 못 버티고 나간다. 톱밥 구입에도 연 1억 원 이상 든다. 강 씨는 매년 1억 원 정도의 손실을 돼지 유통과 소시지 가공으로 번 돈으로 메워 왔다. 그러나 강 씨의 의지는 강했다. “어려워도 공장 같은 농장은 안 만들 겁니다. 아들 이름에 먹칠할 순 없죠. 계속 연구하고 개선하면서 복지 농장이 미래란 걸 보여주겠습니다.”
해남=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