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 스포츠동아DB
수비면 수비, 타격이면 타격 ‘만능 재주꾼’
사이클링히트·개인최다타점 최고의 활약
두산 오재원(29)은 재주가 많다. 올 시즌 대부분을 2루수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지만, 1루수와 유격수, 3루수까지 포수를 제외한 전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보통 수비수들은 송구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힘들어하지만, 그는 “8년째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왔더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없다”며 개의치 않았다.
타선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출루가 필요하면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애쓰고, 출루하면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훔친다. 2번타자답게 작전수행도 빼어나다. 23일까지 희생번트를 5개 성공하며 팀에 공헌했다. 이뿐 아니다. 홈런타자와는 다소 거리가 먼 신체조건(185cm, 80kg)임에도 장타를 칠 줄 안다. 실제 장타율이 0.581로 높다.
오재원의 방망이는 1회부터 날카롭게 돌아갔다. 무사 1루서 좌전안타를 때리며 타격감을 조율하더니, 1-4로 뒤진 3회 1사 후에는 스코어를 2-4로 만드는 추격의 우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2-5로 뒤진 5회 2사 1루서도 좌익수 쪽 적시 2루타를 치며, 앞서고 있는 한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이라이트는 6회였다. 4-5로 턱밑까지 추격한 뒤 계속된 2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3타점짜리 싹쓸이 우익선상 2루타를 쳐냈다. 빠른 발의 덕도 봤다. 한화 야수진은 중계 플레이를 하던 도중 포수 뒤로 송구하는 실책을 범했고, 오재원은 그 틈을 타 비어있는 홈으로 질주해 득점까지 성공했다. 두산은 6회에만 한꺼번에 5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재원은 8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황재규를 상대로 1B-2S로 몰린 뒤 4구째를 통타해 좌중월 3루타를 치며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했다. 5타수 5안타 1홈런 3득점 5타점의 맹타. 5안타와 5타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안타와 최다타점 기록(종전 4안타 4타점)이었다.
두산은 오재원의 활약에 힘입어 3일 휴식 후 돌입한 3연전 첫 경기를 11-5로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