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라이프치히와 가장 비슷한 곳을 꼽으라면 개성이 아닐까 싶다. 고려의 수도로서 당대에 이미 무역의 중심지로 세계로 문이 열려 있었고 ‘개성상인’이란 말을 낳은 곳이다. 서경덕 황진이 한석봉 등 수많은 문인과 예인이 활동했던 점도 비슷하다. 남북 대치가 심화된 상황에서도 현재 5만 명이 넘는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입주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며 남북의 상생과 통일을 꿈꾸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이 어제 육로로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공단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추기경의 첫 방북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서울대교구 측은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는 무관하고, 북측 인사와의 접촉도 없었다고 밝혔으나 북이 염 추기경에게 북녘 땅을 열어준 속내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바람도 있었을 것 같다. 염 추기경도 “남북이 화합하는 개성공단에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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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