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목조 쪽방촌… 올 2월 큰 화재, 생활고에 주민 20여명 아직 못떠나 재난위험 건물 서울서만 198곳 달해
올해 2월 17일 화마가 덮쳐 2명이 사망한 서울 중구 수표동 화교 사옥. 화재의 위험이 남아 있음에도 서민들은 이사할 형편이 되지 않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현석 기자 ihs@donga.com
올해 2월 17일 이곳에선 큰불이 났다.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로 2명이 숨졌다. 건물 절반이 탔고 나머지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28일이면 불이 난 지 100일이 되지만 여전히 복구가 되지 않은 채 화마(火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화교 사옥 안에는 아직도 불에 탄 나무나 플라스틱 등 집기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매캐한 악취도 여전히 배어 있었다.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환경이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20명가량이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화교 사옥 같은 노후 건물에 한 번 사고가 나면 안전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민들은 경제적 형편 때문에 위험을 안은 채 그대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화교 사옥에 불이 나기 6일 전인 2월 11일 중구 약수동 약수시장 내 3층짜리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1층 생선가게 주인 양모 씨(65)가 머리를 다쳤다. 양 씨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위험해도 이곳의 임차료나 월세가 다른 건물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어디로 가서 장사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화교 사옥과 약수시장 상가 건물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사람이 살려면 긴급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중구 측은 사고가 난 뒤 두 건물을 위험시설로 분류하고 사용 중지 명령과 거주민 퇴거 명령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퇴거 명령 불응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려 해도 워낙 어려운 사람들이라 쉽게 집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긴급한 보수 보강이 필요한 D등급 이하 건물은 서울에만 198곳(2013년 말 기준)이 있다. 대형 참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입주자 대부분은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살고 있다. 화교 사옥 주민 김영복 씨(74)는 “화재도 무섭지만 빚도 무섭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현석 ihs@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