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허드슨강의 기적
2009년 1월 15일 유에스에어웨이 소속 1549편 여객기는 뉴욕 라가디아 공항을 이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모두 고장이 났다. 공항 관제센터는 인근 공항에 착륙하라고 했다. 하지만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 3세는 여객기가 공항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도심에 불시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엄청난 피해가 예상됐다. 그는 여객기를 허드슨 강으로 몰았고 수면 위에 비상착륙을 했다. 이후 발 빠른 대응으로 승객과 승무원 155명이 모두 구조되는 ‘허드슨 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했을까. 순간탄력성의 첫 번째 비결은 바로 체크리스트다.
부기장 제프 스카일스는 여객기가 강에 제대로 착륙하고 설렌버거가 침착하게 조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위기에서 해야 할 일과 점검 내용을 담은 체크리스트를 펼쳤고 구체적인 내용을 기장에게 알려줬다. 리더는 위기에서 많은 사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를 확인해줄 참모가 필요하다. 유에스에어웨이는 사고 발생 3개월 전 100쪽이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15쪽으로 대폭 줄였다. 매뉴얼은 길어야 1∼2분 안에 읽고 적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형태가 바람직하다. 위기에서 리더는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낀다. 당황하다 보면 기본적인 사항조차 잊는다. 체크리스트는 기본을 빼먹지 않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광고 로드중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위기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인간은 대체로 미래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긍정과 부정의 가능성이 거의 같다고 하면 부정적인 상황은 지우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실하지 않아도 심각한 피해의 가능성이 예상된다면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전 예방의 원칙이다. 2011년 8월 29일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을 강타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 시장은 사전 예방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뉴욕 시는 8337편의 항공편을 취소했고 5개 공항에서 비행기 착륙을 전면 중단했다. 주민 37만 명을 대상으로 첫 대피 명령이 발효됐고 지하철과 버스 운행은 중단됐다. 사고 예방을 위해 핵발전소 2곳의 가동도 멈췄다. 허리케인 아이린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이후 일부 사람들은 뉴욕 시가 과민하게 대응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재난 전문가와 언론인, 대부분 시민들은 뉴욕 시의 사전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위기에서는 조직 내부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리더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혹독한 악재를 미리 막으려면 참모들이 리더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참모의 역할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navy@aca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