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 기자들은 ‘청와대 외압설’과 관련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을 거부해 일부 보도프로그램이 파행 방송됐다. KBS 부장단 18명은 이미 총사퇴 의사를 밝혔고 야당 추천 KBS 이사들은 21일 열릴 이사회에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길 사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외압 주장이 과장 왜곡됐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외압에 맞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할 KBS 사장과 전 보도국장이 내부에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 자체가 KBS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다.
청와대가 KBS의 보도와 인사에 개입했다면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KBS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 장악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신문을 비롯해 다른 언론이 일제히 질타한 해경의 문제점을 대통령비서실에서 축소해 보도하라고 KBS를 압박했다면, 권력에 의한 방송 왜곡이 자행돼 왔다는 의미다. 김 전 국장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KBS 구성원들이 방송편성과 편집의 최종 책임을 지는 사장의 역할을 ‘부당한 간섭’으로 여기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길 사장은 어제 “노조가 정치적 목적으로 파업을 시도한다”며 “좌파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를 청와대가 개입해선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조 역시 좌지우지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