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 선장의 보이지 않는 손/피터 T 리슨 지음·한복연 옮김/300쪽·1만3000원·지식의 날개
해적들의 정치 사회 의식이 남달랐기 때문일 리는 없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한다. 범죄적인 이기심이 해적선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원제가 ‘보이지 않는 후크’(The invisible hook)다. 애덤 스미스 경제론의 해적판인 셈이다.
해적들은 1인 1표제의 원칙하에 선장을 다수결로 뽑았다. 이는 당시의 상선들이 선장의 독재체제로 운영됐던 것과는 대조된다. 그 원인은 소유 구조에 있다. 상선의 경우 선주가 있고, 배에 타지 않는 선주는 선장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선원들을 감시하게 했다. 반면 훔친 배인 해적선엔 선주가 없다. 해적선은 바다를 항해하는 주식회사 같은 것이었다.
해적 규약의 경제학, 해골과 뼈다귀가 그려진 무시무시한 해적 깃발의 브랜드 전략, 해적선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까지 경제이론으로 들여다본 해적 사회가 흥미롭다. 해적 얘긴 데다 문장이 쉬워 경제학 개념이 낯선 청소년에게도 쥐여주고 싶은 책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