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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고 난 곡선구간만 45km 속도 제한”… 나머지 16곳은?

입력 | 2014-05-06 03:00:00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이후]
서울메트로, 유사사고 위험성 무시… “정시운행 차질” 이유 그대로 운행




서울메트로가 3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의 전동차 추돌 사고 이후 안전을 위해 해당 구간의 제한 속도를 시속 45km로 낮췄음에도 다른 역 주변의 ‘급한 곡선 구간’은 그대로 운행하기로 해 사고 재발이 우려된다.

서울메트로는 5일 “2호선 내선 사고 구간인 신당∼상왕십리역의 제한 속도를 신호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45km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선행 전동차가 앞 역을 출발하지 않았을 때 후속 전동차가 출발할 경우 승무원에게 주의 운전을 통보하기로 했다.

2일 추돌 사고의 원인은 전동차의 간격을 알려주는 신호기와 자동정지장치(ATS)가 작동하지 않은 것 외에 해당 구간이 급한 곡선 구간인 이유도 있다. 후속 전동차 기관사는 상왕십리역 앞 128m 지점에서야 선행 전동차가 있는 것을 육안으로 파악하고 급정거했지만 추돌을 막지 못했다. 문제는 상왕십리역 같은 급한 곡선 진입로가 지하철 2호선에만 17곳이나 있다는 점이다. 곡선의 급한 정도는 R(원의 반지름)로 표시된다. 상왕십리역은 약 500R로 반지름 500m짜리 거대한 원의 가장자리를 전동차가 운행하는 셈이다. 500R 이하의 급한 곡선 진입로는 상왕십리역을 포함해 잠실 방향 내선에는 왕십리 뚝섬 구의 등 7곳, 외선은 신당 방배 신대방역 등 10곳 등 총 17곳이나 된다.

지하철 2호선의 최고 속도는 시속 80km. 서울메트로는 이번에 사고가 난 상왕십리역 구간만 제한 속도를 낮췄을 뿐 다른 16곳은 기존대로 운행한다고 밝혔다. 만약 신호기 등 ‘안전장치’가 이번처럼 제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다른 역에서 유사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서울메트로 안전방재처 관계자는 “다른 곡선 구간의 경우 기관사들에게 특별히 주의하라고 얘기를 해놓아 문제가 없다. 모든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낮출 경우 정시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종합관제실은 추돌사고가 난 지 2분 뒤인 오후 3시 32분 한 승객이 승강장에 있는 비상통화장치로 신고를 한 뒤에야 사고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종합관제소는 사고 발생 5분 내에 ‘전 전동차 상황 통보 및 운행 통제’ ‘전 역사 상황 통보 및 일제 방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사고 13분 뒤인 오후 3시 43분에야 이뤄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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