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원로 西堂 대원 스님
해인사 서당 대원 스님이 지난달 28일 용성, 고암 스님을 기리는 탑과 탑비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용탑선원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대원 스님은 “종교에 관계없이 거짓이 없는 참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럴 때 남을 넉넉하게 배려할 수 있는 무한한 지혜와 자비심이 나온다”고 말했다. 합천=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말씀을 먼저 꺼내셨는데….
“세상이 그쪽에 쏠려 있으니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 실종자들이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이번 사건은 유족들은 물론이고 누구에게나 안타깝고 힘든 일이다. 곡식은 허공이 아니라 밭에서, 땅에서 나온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함께 져야 하는 허물들이 많다. 눈앞에 나타나는 빠른 성과에만 매달려온 나라 전체의 마인드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온 국민의 허물이다. 세월호만 볼 게 아니라 그 바닥 속에 함께 파묻혀 있는 우리의 어리석음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도 묻혀 있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룬 경제성장에 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나.
“박정희 대통령 때 경제를 일으켰다지만 외환위기 때 국가 부도 사태를 경험하지 않았나. 아무리 물질을 일으켜도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쌓은, 사상누각이다. 아무리 재산을 많이 물려줘도 자손의 의식이 살아 있지 못하면 그 재물을 지킬 수 없는 법이다.”
―용탑선원은 은사의 체취가 남은 곳이다. 고암 스님은 어떤 분이었나.
―불교, 특히 참선 위주의 수행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바다 밖에서는 수면과 파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다 깊이 들어가야 바다 밖과 속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마음의 바다도 그렇다. 가만히 앉아 매일 1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봐라. 이 과정이 쌓이면 마음의 바다를 조금씩 볼 수 있다.”
―스님은 언제 마음의 평화를 얻었나.
“여러 장애와 힘든 과정이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환상 속의 미인이 홀랑 벗고 달려올 때도 있었다. 흐르는 물을 갑자기 막아서면 거품과 난기류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위기를 넘어서니 평정이 찾아왔다.”
“부처의 마음은 참마음, 때가 없는 상태다. 여기 해인사에 오시니 맑은 공기와 기운이 정말 좋지 않나? 사람들도 그런 기운을 풍길 수 있다. 남편이 평소 좋은 기운을 풍기면, 스트레스 많은 부인도 바뀔 수 있다. 부인이 깊은 마음 담아 된장국을 끓여주면 남편이 젊어지고, 반대라면 그 된장국은 독약이 된다. 부부가 서로 맑은 분위기를 풍겨야 집안과 나라가 봄날을 맞는다.”
합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