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격의 간판스타이자, ‘살아있는 전설’ 진종오가 이혼의 아픔을 털고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노린다. 동아일보DB
■ ‘권총황제’ 진종오, 아시안게임 금메달 정조준
10년 넘게 대표선수 생활…떨어져 있다보니 소원
이혼 후 6개월 방황…올해부터 하루 200발 훈련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제패 목표로
진종오(35·kt)는 사격뿐 아니라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다. 2004·2008·2012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3·은2)을 목에 걸었다.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한국선수는 양궁의 김수녕(6개·금4·은1·동1)이다. 진종오는 쇼트트랙 전이경(금4·동1)과 함께 이 부문 2위다.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 역시 박장순(레슬링), 황경선(태권도), 진종오뿐이다. 만약 진종오가 2016리우데자네이루대회에서도 입상한다면, 올림픽 최다·연속 메달 부문에서 새 역사를 쓰게 된다.
● 이혼의 아픔과 방황
사격선수들은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예민한 편이다. 진종오도 마찬가지다. 합의 이혼한 사실이 알려진 뒤 주변의 모든 시선이 그에겐 큰 부담이었다. “2002년부터 10년 넘게 대표선수 생활을 했어요. 워낙 합숙이 많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죠. 그러다보니 나만 생각했고, 안 맞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헤어진 이유를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뜬소문이 나돌았다. 스트레스도 더 심해져갔다.
사격은 선수의 심리가 경기력과 직결된다. 그 좋아하던 낚시도, 사진도 모두 소용이 없었다. 술로 쓰린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평소 73kg이었던 체중은 3개월 만에 80kg까지 불었다. “제게 가슴 아픈 일이, 누군가에겐 좋은 안주거리가 됐죠. 한동안 총을 못 잡았어요. 나태해졌고, 술도 많이 마셨고, …. 사람이 자신의 몸은 다잡을 수 있어도 마음은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
● 하루 200발의 열정으로 씻은 아픔
●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금메달 정조준
진종오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은 있었지만, 개인전 1위는 없었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지난해부터 경기 규칙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본선 점수를 안고 결선에 들어갔지만, 지난해부터는 결선에서 8명의 선수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이변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 그러나 권총황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태릉선수촌에서 30여년간 심리상담을 담당한 김병현 박사는 역대 최고의 멘탈을 갖춘 대표선수로 “진종오”를 꼽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진종오는 인생 최대의 시련을 이기며 더 강해졌다. 그리고 ‘천 발의 열정과 한 발의 냉정’으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