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 잇단 복귀 선언
현대자동차 ‘i20’ 개조차가 지난달 6∼9일 멕시코 레온, 과나후아토에서 열린 ‘2014 월드랠리챔피언십(WRC)’ 3차 대회 ‘멕시코 랠리’에서 산악지대를 지나고 있다. 현대차는 1999년 ‘베르나’ 개조차로 WRC에 처음 참가해 2003년 철수했다가 11년 만에 복귀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 돌아온 자동차 업체
포르셰는 올해 ‘919 하이브리드’와 ‘911 RSR’로 16년 만에 ‘르망24시’에 복귀했다. 레이서 3명이 한 팀을 이룬 뒤 번갈아가며 24시간 동안 최대한의 거리를 달려야 하는 경기다.
포르셰는 1980년대 레이싱용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달고 르망24시에서 우승했다. 이 기술은 2008년 양산형 스포츠카인 ‘911 카레라’에 적용됐다. 그 결과 기어 변속에 걸리는 시간이 자동 변속기보다 60% 이상 빨라졌다. 연료소비효율도 향상됐다.
광고 로드중
최근 자금난으로 중국 둥펑자동차와 프랑스 정부에 지분을 일부 매각했던 푸조도 내년 ‘2008 DKR’로 25년 만에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기로 했다. ‘죽음의 랠리’로도 불리는 다카르 랠리는 1만 km 안팎의 험로를 달린다.
지난해엔 벤틀리가 ‘GT3’로 ‘2013 걸프 12시’ 대회에 데뷔하면서 10년 만에 모터스포츠에 복귀했다.
국내에선 올해 현대자동차가 ‘i20’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11년 만에 복귀했다.
○ 국내 모터스포츠 기반은 미미
광고 로드중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 드라이버 수가 300명으로 2010년 150명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을 운영하는 KIC사업단 최용석 팀장은 “주말마다 자동차 동호회에서 서킷을 임차해 경기장 가동 일수가 2011년 160일에서 지난해는 240일로 늘었다”고 말했다.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되면 경기장 인근 지역에 고용이 증가하는 데다 튜닝과 같은 연관 산업이 함께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모터스포츠 기반은 미미하다. 2010년부터 KIC에서 7년간 열릴 계획이었던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개최권 협상이 결렬되고 누적적자가 1910억 원에 이르러 올해 경기가 무산됐다. 국내 공인 서킷 3곳 중 하나인 ‘인제 스피디움’은 운영권과 관련해 잡음이 일면서 아직 정식 개장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이 모터스포츠에서 기술 경쟁을 펼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점하는 국내에서는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슈퍼스타 양성과 문화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홍식 팀아우디코리아 감독은 “해외에서는 ‘고카트’(자동차 프레임 위에 차체를 씌우지 않은 상태)를 타고 노는 놀이 문화가 흔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모터스포츠를 접하며 자라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돈 있는 사람의 전유물’로 인식된다”며 “F1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를 단 한 명이라도 양성해 낸다면 국민적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