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기/야마모토 다다사부로 지음·이은옥 옮김/216쪽·2만 원·에이도스
1917년 11월 함경남도 신창에서 사냥꾼들이 포획한 호랑이를 놓고 찍은 기념사진. 오른쪽 사진은 사냥 모임을 조직한 야마모토 다다사부로(왼쪽)와 조선인 포수 최순원. 에이도스 제공
하지만 그러하기에 정호기엔 더더욱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이 담겼다. 일단 정호기는 당시 호랑이를 다룬 거의 유일한 사료다. 책에 실린 풍부한 사진은 일본이 호랑이 멸종에 나서며 내세운 해수구제(害獸驅除·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을 없앤다) 정책의 실상을 알 기회를 제공한다. 포획된 시체나 박제된 신세긴 하지만 100년 전 한국에 살았던 호랑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山本唯三郞)의 원문보다는 이 책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한 해제가 더 읽을 만하다. 한국범보존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과 1986년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를 쓴 엔도 기미오(遠藤公男) 일본 야조회((野鳥會) 명예회장의 글을 보면 전후 맥락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책에도 해제가 원문보다 앞에 실렸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