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오른쪽)의 선수 조련법은 사자를 닮았다. 사자처럼 약육강식의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로 키운다. 그의 조련법은 NC가 1군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스포츠동아DB
■ NC 김경문 감독의 선수 조련법
마무리 김진성에게 강민호와 승부 지시
연장전 역전 위기서 삼진…자신감 쑥쑥
이재학 완투경험 위해서는 패전도 감수
체력 과부하 용병투수들에겐 다정다감
사자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린 뒤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 죽음의 문턱을 넘길 정도로 강한 사자만이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의 선수 조련법도 사자의 그것과 닮았다. 어떤 선수를 1군 주전으로 만들고 싶으면 접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리고, 타석에 세운다. 고비를 이겨내면 그 선수에게는 기회를 꾸준히 부여하며 성장을 돕는다. 16일 사직 롯데전 8-7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연장 10회 2사 2루서 강민호라는 리그 대표 강타자를 상대로 마무리투수 김진성을 올리고, 정면승부를 주문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5월 17일 마산 삼성전 1-1로 맞선 9회 1사 만루에서 선발투수 이재학을 빼지 않았다. 9회 1아웃까지 호투했고, 한 방이면 패전을 떠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재학을 마운드에 내버려뒀다. 이재학은 결국 우동균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9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완투패)가 됐고, 팀도 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고개 숙인 이재학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9이닝을 던져본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는 천지차이”라며 “(이)재학이가 9이닝을 던지면서 느끼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팀 성적은 감독이 책임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학이가 선발투수로서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학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치 짠 듯이 8월 27일 대구 삼성전 8회말 2사 만루를 만들었고, 이승엽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 김진성을 마무리로 키우기 위한 한 수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마무리로 테스트를 했다가 실패한 김진성에 대해서도 “아직 1군 마무리는 아니다”며 “그래도 본인이 열심히 했고, 당분간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도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쾌투를 펼치고 있다. 16일까지 1승1패·5세이브·방어율 1.23의 빼어난 성적으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1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김 감독의 ‘독한 테스트’도 통과했다. 이전 타석에서는 홍성용에게 대타 강민호를 고의4구로 거르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김진성에게는 역전 위기에서 강민호와의 정면승부를 주문했다. 그 경험을 통해 마무리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진성은 풀카운트 끝에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켰다. 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 예외조항은 외국인투수
시즌은 길다.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선발투수들이 6회 이상은 끌어줘야 4강 싸움이 가능하다. 외국인선수는 보이는 숫자가 몸값과 직결되는데 팀을 위해서는 희생을 강요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의 마음을 NC 외국인투수들도 잘 알고 있다. 승을 못 챙길 때도 있지만 매 경기 6이닝 이상씩을 던져주며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NC를 시즌 초반 1위로 만든 힘이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