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얼짱 이슬아 3단이 한국바둑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 순천=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자기 진영은 넓히고 적진은 깨고….”
“여기에 붙인 이유는 뭐야?”
그는 학생들을 수준별 3개 그룹으로 나눠 수업을 했다. 중간 그룹에는 의미를 파악하며 실전 기보 120수를 외우게 했고, 상위그룹에는 맥심커피배 준결승전(박정환-최철한) 기보를 놓고 가르쳤다. 타이젬 6단에서 9단 실력의 상위그룹에는 패착은 뭔지, 승착은 뭔지를 종이에 적게 한 뒤 일일이 바둑판에 돌을 놓아가며 그 자리를 찾도록 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조성직 군(16)은 “선생님의 수업이 행마의 틀을 잡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둑교사 1개월째인 이슬아는 1주일에 16시간씩 ‘바둑기술’ 과목을 가르친다. 실전 바둑이다. 2년차 교사인 백지희 2단(29)은 바둑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이슬아는 지난해 7월 이 학교에 강의하러 왔다가 학생들이 정식 과목으로 바둑을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껴 올 3월 바둑교사에 지원해 교사가 됐다.
“원래 가르치는 게 재미있었어요. 군부대 바둑 보급을 1년간 했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어요. 가르친다는 게 공부하지 않고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나도 공부를 하는 셈이지요. 그토록 싫어하던 사활공부를 여기서 하니까요(웃음).”
한때 방송활동을 하며 바둑계 내부의 곱지 않은 시선들 때문에 생겼던 마음의 상처도 어느 정도 정리된 듯했다. 그는 “개인생활이 없어 힘들기는 하지만 요즘 학생들이 농담도 하고 잘 따르는 편이어서 재미있다”고 했다. 또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요”라며 “앞으로 1년간은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과 내가 함께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한국바둑고등학교 ::
전국 유일의 바둑특성화고. 체육특기생으로 바둑을 잘 두는 학생을 뽑는 충암고 세명고 등과는 다르다. 주암종합고가 2013년 교명을 바꾸어 첫 신입생 40명(2개 반)을 선발했고, 올해도 2개 반을 뽑았다. 실업교육 차원의 바둑 교과와 보통 교과의 비율은 반반 정도.
순천=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