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 원 포인트 릴리프는 허상인가, 필수인가
지난해 원 포인트 릴리프 상황 297차례
62안타 47볼넷 10사구…타율은 0.266
현장선 좌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봐
김시진 “투수교체는 결과론…확률 신봉”
이명우 “단 1타자와 승부…볼넷은 금물”
롯데 김시진 감독은 “벤치 입장에서 불펜에 좌투수가 2명은 있어야 좋다”고 말한다. 좌타자∼우타자∼좌타자가 등장하는 승부처에서 좌완 1명을 원 포인트 릴리프로 소진하고, 우투수로 교체한 뒤, 다시 좌투수로 바꿔 지그재그 타선을 제압할 확률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팀들은 이런 용도로 좌완투수를 불펜에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좌우놀이’가 효과적인지를 놓고,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괜히 경기 시간만 늘리고, 수비진의 집중력만 떨어뜨리는 감독의 면피용 투수기용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 원 포인트 릴리프, 과연 효과 있나?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원 포인트 릴리프의 데이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297번의 상황이 발생했다. 결과는 233타수 62안타(4홈런) 47볼넷 10사구 48삼진으로 나타났다. 타율 0.266이라는 성적이 추출됐다. 4사구까지 합치면 피출루율은 더 올라간다. 그러나 데이터야 어찌됐든 현장의 절대다수 감독은 좌타자 상대로 좌투수가 올라갈 때 이길 확률이 커진다고 믿는다. 타격 매커니즘 상, 좌타자가 좌투수 공을 보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또 당장은 안 그렇게 보일 수 있어도 결국엔 좌투수가 좌타자를 이기는 쪽으로 확률이 수렴된다고 본다. 롯데 김 감독은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결과를 모르기에 나는 확률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원 포인트 릴리프의 성공 조건은?
이명우는 “단 1타자만 막으러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라면 절대 볼넷은 안 된다. 잘 맞아도 병살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타자와 붙어야 된다”는 정신을 강조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구위보다 기 싸움이 먼저다.
또 불펜에서 몸을 빨리 풀수록 유리하다. 1경기에 불펜에서 4번이나 몸만 푼 적도 있었다고 한다. 1번 몸 풀 때마다 20∼30구를 던지니까 실제 투구수보다 훨씬 많은 공을 던진다. 그래도 이명우는 “자주 나와도 투구수가 적은 편이니 불펜투수의 수명이 더 길다. 가득염 선배(현 두산 투수코치)처럼 오래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 속에서 정작 원 포인트 릴리프가 장수하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