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외국인선수 비니 로티노가 10일 목동 KIA전에서 포수로 선발출전하며 밴 헤켄과 배터리를 이뤄 큰 관심을 끌었다. 10년 만의 외국인 포수 등장에 그라운드 안팎에서 걱정과 흥미 어린 시선이 공존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로티노의 출전과 토종 포수의 미래
포수 기근 속 다른팀에도 관심의 대상
일본에선 중남미 어린선수 육성하기도
야구는 포수놀음…의사소통 가장 중요
데이터 축적·송구능력 국내포수 우위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는 없는가”라고 묻자 “오늘은 밴 헤켄이 선발이라 두 사람의 소통은 잘 될 것이고 동료들과는 경기 도중에 모여서 얘기할 기회가 없다. 그런 상황이면 감독이 나가고 통역도 있다. 야구는 사인이나 몸동작으로 어느 정도는 의사가 통하는 경기”라고 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배터리’ 출전이라는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
● 얘기꺼리가 많았던 ‘로티노∼헤켄 베터리’
넥센 홍보팀은 브리핑을 했다. 로티노가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3경기 출전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305경기에 나왔다고 알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포수가 선발로 출전한 것은 2004년 대구 삼성전 때의 한화 엔젤 페냐 이후 2번째이고 사상 최초의 외국인선수 배터리라고 했다.
로티노의 포수출전 결과에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염 감독만이 아니었다. 주전포수 허도환과 백업포수 박동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로티노의 포수출장이 성공하면 더 자주 마스크를 씌울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1998년 이후 우리 야구는 외국인 선수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포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중남미서 유망주 데려와 교육시킨다?
야구의 포수는 특수 포지션으로 불린다. 경기장 안에서 감독을 대신해서 동료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포수는 9명의 수비수 가운데 유일하게 동료들을 마주보고 경기를 한다. 상대 팀 타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다. 배구가 세터놀음이라면 야구는 포수놀음이다. 사인으로 투수를 조정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포수다.
그래서 포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토종 포수들을 선호하는 이유다. 많은 투수들과 대화해야 하고 헌신도 필요하기에 외국인 선수들이 밀려와도 포수 자리만은 토종들의 몫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넥센의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 토종 포수들에게는 비극의 시작이 될 가능성도 크다. 염 감독은 포수기근에 대비하는 방안도 가지고 있다. “중남미의 어린 선수들을 데려와 일찍부터 교육시키면 언어문제도 해결하고 필요한 자원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중남미 선수를 육성하는 방식을 오래 전부터 써왔다.
● “어깨보다 소통과 데이터 축적”…토종 포수 여전히 경쟁력 커
송구 능력도 변수다. 현재 수준급 포수들이 2루까지 송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초가 한계다. 3루까지는 1.7∼8초다. 발 빠른 주자들이 1루에서 2루까지 뛰는데 3.2초∼3.4초가 걸린다.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으로 1.2초∼1.3초에 공을 던진다고 할 때 주자를 잡느냐 놓치느냐의 여부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포수가 수비수의 글러브에 공을 던지느냐다. 송구 스피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확성과 빠른 모션만 있으면 된다.
외국인 포수는 이 대목에서 한국식 야구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넥센 김동수 코치는 “예전 심재원 선배나 송일수 감독은 아리랑 볼로 송구했지만 정확했다. 그래서 주자를 잘 잡았다”고 했다. 김 코치는 이런 면에서 “포수는 타고 난다”고 했다. 훗날 로티노는 한화 엔젤 페냐처럼 기록으로만 남는 선수가 될까, 아니면 우리 프로야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선수로 남을까.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