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채취지역 르포 자작나무 양분 빨아먹으며 성장… 1년에 평균 3mm씩만 자라 국내 대형마트 러시아서 수입 판매
“하라쇼! 하라쇼!” 7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톰스크 주의 한 늪지대에서 남성 두 명이 차가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톰스크 주는 차가버섯의 주요 채취 지역이다. 톰스크=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7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톰스크 주(州). 도심에서 2, 3시간 차를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두 명의 남성이 자작나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본 것은 자작나무 위에 사람 주먹 크기로 솟은 까만색의 차가버섯. 이동수단인 ‘바이크’와 채취 도구인 ‘도끼’만 들고 자신의 감각에만 의존한 채 채취에 나선 이들은 자작나무 숲을 뒤진 지 2시간 만에 버섯을 발견한 뒤 환호했다.
암이나 위궤양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에서만 자란다. 자작나무 영양분을 10년 이상 빨아 먹은 후에야 나무 껍데기를 뚫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1년 평균 3mm씩만 자란다. 시베리아 등 타이가 지역(침엽수가 주로 자라는 추운 삼림 지역)이 주요 산지로 꼽힌다. 러시아인들은 습기가 많은 늪지대에 뿌리를 내린 자작나무에서 열리는 이 버섯이 암 치료, 위궤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해 ‘늪에서 나온 지구의 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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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오지에서 채취되는 차가버섯이 한국에 소개된 것은 고령층은 물론 젊은층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부터다. 최근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선 차가버섯이 새로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톰스크 현장에 동행한 김재률 이마트 버섯 담당 상품기획자는 지난해 이곳에 와 러시아인들이 채취한 차가버섯을 사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와 이마트는 러시아 차가버섯 원물 40t과 추출분말 2t 등을 들여와 이달 10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차가버섯으로 만든 가공식품은 러시아에서와 달리 국내에선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받지는 못해 건강식품으로 팔린다. 김재률 상품기획자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에 시험적으로 소량 수입해 판매했더니 특히 30대와 40대 젊은층의 판매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톰스크=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