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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잦은 이직… 취객들 툭하면 시비… 밑지는 ‘24시간 영업’

입력 | 2014-04-10 03:00:00

[저녁을 돌려주세요]<5>득보다 실이 많은 ‘밤샘 근무’




‘24시간 영업합니다.’

‘24시간 영업점’은 외국에서는 찾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영업 형태다. 업주들이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게를 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영업시간을 배로 늘리면 가게 운영이 더 나아질까? 전문가들은 영업시간이 늘어난 만큼 수입이 느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수준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종업원들의 근무 피로도, 일에 대한 몰입도 하락, 잦은 이직 등을 고려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한모 씨(51)는 지난해 경기 수원시에 닭갈비 전문점을 차렸다. 원래 서울에서 장사를 했지만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옮긴 곳의 월세도 220만 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 한 씨는 “새벽에 가게를 하지 않는다고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가게를 놀리지 말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겠다고 생각해 24시간 문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낮에는 4명, 새벽에는 2명을 고용했다. 한 명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한 명은 서빙을 봐야 하기 때문에 최소 2명은 필요하다. 이후 당장은 매출이 25% 정도 늘었다. 영업시간을 늘렸으니 매출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실도 컸다.

매일 새벽에 일하다 보니 피로 때문에 두세 달에 한 명꼴로 일을 그만둔 것. 주방 종업원의 숙련도가 떨어지니 음식 맛에도 차이가 생겼고, 이는 ‘맛없는 집’이라는 소문을 불러왔다. 새벽에 잠을 자다 깨서 서빙을 하다 보니 자연 불친절한 응대가 많아졌고, 한 번 기분이 상한 손님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새벽에 종업원들만 두고 퇴근하기도 곤란해 2, 3일에 한 번은 한 씨도 새벽 근무를 해야만 했다.

낮 시간대의 매출은 처음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이것이 24시간 영업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따져보지 않았다. 단지 매출이 줄어든 만큼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 여전히 24시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 비효율로 생산성은 바닥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24시간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심야 영업을 위해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했다. 시급은 6000원(월 100여만 원). 전기료 등의 야간영업 고정비용에는 약 30만 원이 나간다. 매달 130만 원을 24시간 영업을 위해 추가로 지출하고 있는 것. 하지만 새벽장사를 해서 버는 돈도 월 130만 원 선을 오르내린다. 정작 김 씨를 더 크게 괴롭히는 것은 매출보다 24시간 영업에 따른 스트레스다.

심야에는 취한 손님들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종업원과 시비가 붙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종업원이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잠든 손님을 깨우다가 시비가 붙어 경찰서까지 가야 했다. 종업원은 병가를 냈고, 아르바이트생 대신 새벽에도 일하다가 과로로 몸살이 심하게 났다.

김 씨는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후에 내가 받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감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은 종업원 채용과 관리도 매우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최근 야간 근무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야간에 일하는 직원들은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한두 달 일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자리 중개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리려면 하루 2만∼3만 원을 내야 한다. 사람을 구했더라도 조기에 그만두면 다시 같은 돈을 내고 종업원을 찾아야 하는 것. 이 씨는 “돈도 돈이지만 사람이 새로 올 때마다 일을 다시 가르치는 비효율을 반복해 스트레스가 만만찮다”고 말했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창업컨설팅) 대표는 “24시간 영업 업소는 소비자는 편리할 수 있지만 점주와 종업원의 행복지수로 따진다면 최악이고, 비효율이 극대화된 형태”라고 지적했다.

○ 24시간 영업 접었더니 오히려 이익 늘어

실제로 24시간 영업을 과감히 접고 난 후에 오히려 경영상태가 더 좋아진 업소도 적지 않다.

PC방을 24시간 운영하던 김모 씨(38)는 지난해 6월부터 영업시간을 6시간 단축했다. 오전 2시 이후엔 손님이 거의 없는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만 90만 원씩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 시 하루 매출은 37만 원. 운영시간을 6시간 줄이면서 한 달 인건비 90만 원이 줄었는데 하루 매출은 1만∼2만 원밖에 줄지 않아 사실상 월 50만 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김 씨는 “다른 업주들에게도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며 “덕분에 내 삶의 질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24시간 영업 업소는 잠을 잊은 채 일하고 소비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매출을 1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보다 무엇이 더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 업주들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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