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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의 변심? 전통시장 대신 면세점 자주 찾아

입력 | 2014-04-10 03:00:00

지난해 쇼핑 고급화 바람 뚜렷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면세점 및 백화점 업계는 이달 30일 시작되는 중국 노동절에 맞춰 관광객이 대거 방한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동대문·남대문 등 전통시장보다 면세점과 백화점을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인 관광객 수를 추월한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들이 주도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92만3190명으로 단일국가 국민으로는 최다 기록을 세웠다. 2위인 일본(271만5451명)보다 100만 명 넘게 많은 수치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3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쇼핑 장소 1위는 명동(41.4%)이었다. 시내면세점(33.7%)과 백화점(26.2%)이 뒤를 이었다. 동대문시장(24.9%)과 남대문시장(9.4%)은 각각 4위와 8위에 올랐다.

중요한 것은 재래시장 이용이 줄고 면세점 및 백화점에서의 쇼핑이 늘어났다는 데 있다. 시내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비율은 2012년 27.0%에서 2013년 33.7%로 늘었다. 반면 동대문시장 이용 비율은 28.3%에서 24.9%로, 남대문시장은 11.0%에서 9.4%로 떨어졌다.

이 같은 ‘쇼핑 장소의 고급화’는 저렴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호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성향이 점차 고급화·다양화화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면세점과 백화점 업체들이 ‘큰손’으로 떠오른 유커를 잡기 위해 맞춤 이벤트를 열고 적극적 홍보 활동을 펼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면세점과 백화점에서는 중국 관광객 매출이 2012년보다 최대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롯데면세점의 2013년 중국인 고객 매출액은 1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9% 성장했다. 중국인 매출액은 2011년 4700억 원, 2012년 9200억 원으로 해마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전체 매출 3조5500억 원 가운데 중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가 넘었다. 신라면세점에서도 중국인 고객 매출이 2012년 90%, 2013년 58% 성장했다.

백화점 역시 중국인 관련 매출 신장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중국인 고객 매출이 2012년 156%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45%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2012년 158.8%, 2013년 18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2012년 매출 신장률 177%, 2013년 87%)

업계에서는 이런 여세를 몰아 중국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3일)를 앞두고 유커의 마음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을 패키지로 기획해 특별 할인해주고, 신라면세점은 서울N타워 입장권을 증정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김수현을 앞세워 한류 마케팅에 나선다.

한편 일각에서는 손 큰 중국인 관광객들이 재래시장을 외면하고 면세점이나 백화점 쇼핑을 늘림으로써 국내 기업이 아닌, 일부 수입 명품 브랜드에만 소비가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재래시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상품의 질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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