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가격대서 수입차 유리… 국산차 역차별
환경부가 올해 초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에 관해 밝힌 원칙이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국산 대표 중형차인 ‘쏘나타’와 비교해 같거나 적은 차종은 보조금을 주거나, 보조금을 받지도 부담금을 물지도 않는 중립 구간에 넣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보조금과 부담금을 최대 700만 원으로 설정한 잠정안이 “국산차에 불리하다, 부담금이 과도하다”는 반발에 직면하자 환경부는 이달 말 이 원칙을 적용한 수정안을 공청회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국산차와 수입차가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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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지난해 판매된 차를 대상으로 환경부가 밝힌 원칙에 따라 CO₂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경차 ‘스파크(주행거리 1km당 115g)’와 ‘쏘나타(147g)’를 기준으로 △115g 이하는 보조금 △147g 이하는 돈을 받지도 않고 내지도 않는 중립 △148g 이상은 부담금 구간으로 나눠 저탄소차협력금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가격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각 업체 홈페이지를 참조했다.
모든 가격대에서 국산차보다 수입차, 특히 독일차가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2500만 원 미만 차종 중 주행거리 1km당 CO₂ 배출량이 104g인 ‘폴로 1.6’과 114g인 ‘SM3’를 사면 보조금을 받는다. 반면 ‘아반떼 1.6 디젤’ ‘크루즈 1.8’ ‘K3 1.6 가솔린’ ‘SM5’는 중립 구간에 들어간다. CO₂ 배출량이 115g인 ‘코란도C’는 부담금 구간에 해당한다.
차량 가격 2500만 원 이상 4000만 원 미만에서는 CO₂ 배출량이 각각 101g과 104g인 ‘골프 1.6 TDI’와 ‘푸조 308 1.6 e-HDi’는 보조금을 받는다. 반면 이 가격대 국산차 중 CO₂ 배출량이 151g인 ‘말리부 2.0’을 비롯해 ‘K7 2.4’ ‘QM5 디젤 2.0 2WD’ ‘코란도 투리스모 2WD’ ‘알페온 2.4’는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쏘나타 2.0’과 ‘K5 2.0 가솔린’은 중립 구간에 들어간다.
수입차 중에서는 ‘골프 2.0 TDI’와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중립 구간, ‘캠리’ ‘CR-V’ ‘퓨전 2.0’이 부담금 구간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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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7000만 원 미만 구간에서 ‘제네시스 3.8’과 ‘체어맨 3.6’, ‘에쿠스 모던’을 사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반면 CO₂ 배출량이 115g인 ‘BMW 520d’를 사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A6 2.0 TDI’ ‘E220’은 중립 구간에 들어간다.
○ BMW와 폴크스바겐에 국내 시장 내줄 수도
동아일보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면 국산차 중 17.9%가 보조금을 받고 25.6%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수입차는 18.0%가 보조금 구간, 42.0%가 부담금 구간에 들어간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차 125만8967대(가격, CO₂ 배출량 정보가 없는 차량 일부 제외)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판매 1위와 2위인 BMW와 폴크스바겐에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BMW는 지난해 판매한 차량 중 44.1%가 보조금 구간에 포함됐다. 폴크스바겐에서 부담금을 무는 차량 비중은 9.2%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는 보조금 구간에 해당하는 차가 2.9%, 부담금 구간에 속한 차량은 28.0%다.
국내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은 수입차 점유율이 15%(3월 월별 기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수입차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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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
CO₂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대신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사람에게는 부담금을 물리는 규제다. 이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