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5.1채널 앨범 ‘타임머신’ 낸 델리스파이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의 벚나무 아래 선 ‘델리스파이스’. 왼쪽부터 서상준(드럼·객원 멤버), 김민규(보컬, 기타), 윤준호(베이스기타). 11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타임머신’ 발매 기념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음반 포함 4만8000원. 02-336-4146 뮤직커밸 제공
영롱하게 출렁이는 전기기타 음향, 덤덤히 음계를 오르내리는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만으로도, 이들 음악은 수면 위 파문처럼 청자의 마음에서 뭔가를 간절히 불러낸다. 초기 히트 곡 ‘챠우챠우(너의 목소리가 들려)’(1997년)나 영화 ‘클래식’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도 삽입된 ‘고백’(2001년)이 그렇다.
이게 델리스파이스의 전부는 아니다. ‘전기기타를 들다’와 ‘긴 머리로 헤비메탈을 연주한다’가 동의어에 가깝던 1990년대 중반 국내 음악계에 처음 모던 록 바람을 불러일으킨 게 델리다. 해외 밴드 U2나 R.E.M., 스미스처럼 찰랑대는 전기기타 소리에 세련된 팝이나 가요 같은 멜로디, 전자음까지 결합한 이들의 음악은 정체돼 있던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충격적 첨단이고 폭발이었다. 이들의 등장 이후 ‘델리형 인디밴드’가 수백 개 쏟아져 나왔고 서울 홍익대 앞은 모던 록 밴드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10년 전쯤 공포 영화 ‘엑소시스트’(1973년)를 서라운드 음향이 지원되는 홈 시어터로 봤어요. 악령이 나타나는 장면보다 무서웠던 대목이,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가 제 왼쪽 뒤편에서 울릴 때였어요. 이런 효과를 음악에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 품었던 순간이죠.” (김민규·보컬, 기타)
CD를 재생하면 드럼 베이스기타 전기기타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고막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델리스파이스는 2012년부터 세 차례 라이브 무대에서 5.1채널 실험을 했다. “더 많은 스피커로 들었을 때 다른 감동을 준다는 걸 몸으로 확인했죠. 음악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채널로 충분하다는 건 편견일 수 있어요. 3D 영화를 애들 장난으로만 생각했다면 영화 ‘그래비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김민규)
밴드는 먼저 일반 스튜디오에서 악기 소리들을 녹음한 뒤, 이 음원을 특수 스튜디오에서 6개의 채널로 재분배해 섞었다. 5.1채널 믹스가 유일하게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경기 고양시 일산의 차세대음향산업지원센터를 찾았다.
신작 ‘타임머신’의 주제는 시간여행이다. 수록곡 ‘너와 나의 드로리안’의 드로리안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승용차형 타임머신의 이름. “우리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90년대 중반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들어요. 인디 음악계가 펄떡이며 피어나던 그때, ‘우리들 중 누군가는 너바나처럼 될지도 몰라’ ‘내일은 또 어떤 신선한 밴드가 나올까’ 하는 꿈을 꾸며 홍대 앞을 걸었죠.”(윤준호·베이스기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