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韓銀총재 A4 20장 퇴임사 “정치와 거리 두는게 좋은건 아니다”
김 전 총재는 이날 배포한 A4용지 20장 분량에 41개의 주석까지 달린 논문 형태의 퇴임사에서 “모든 개혁은 우선 상황을 악화시킨 후 시간을 두고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개혁의 일반적 법칙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었다”며 “히딩크 전 감독도 한때 계속 5 대 0의 스코어로 참패해 ‘오대영’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4년 중 추진했던 한은 개혁이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스스로 변호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한은 개혁 작업은)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겸비해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히딩크 전 감독이 불러일으킨 변혁도 글로벌 시각의 중요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와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사고는 국제적 조류에 맞지 않는다”며 “기존 조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그 조직을 변화시킬 유인을 갖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순수 한은맨’인 신임 이주열 총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김 전 총재는 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퇴임의 변을 마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