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민 키드’ 건반위 샛별로
‘LG와 함께하는 제1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지호 씨(왼쪽). 2위 김종윤씨가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음악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지호 씨(22·독일 하노버국립음대)가 ‘LG와 함께하는 제1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그는 2011년 독일 베토벤 국제콩쿠르 2위와 청중상, 슈베르트 국제콩쿠르 2위와 특별상도 수상했다.
“결선 연주를 하면서 자유롭게 표현을 잘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여러 국제콩쿠르에서 2위에 그쳤는데 이번 우승을 통해 나의 음악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 단순히 잘 치는 것을 넘어서 청중의 내면에 있는 감정을 끌어내는 연주를 하고 싶다.”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특별상은 리샤르아믈랭 씨에게 돌아갔다.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지낸 일민(一民) 김상만 선생을 기리기 위해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탁한 기금으로 올해 신설한 상이다.
이번 콩쿠르에는 21개국 142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17개국 64명이 DVD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18일부터 시작한 1차 예선에는 16개국 53명이 참여했으며, 2차 예선에는 10개국 24명이 경연을 벌여 5개국 12명이 준결선에 올랐다. 29,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결선에는 3개국 6명이 참가해 장윤성 지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마지막 경연을 펼쳤다.
한 씨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문용희 미국 피바디음악원 교수는 “자신이 만들어낸 음악을 침착하게 무대에서 연결해 나가는 솜씨가 특출하다”고 평했다.
한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 애호가인 부모와 함께 매달 2∼4회씩 연주회를 다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KBS교향악단 연주회에서 임동민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듣고 감명을 받아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서울예고 1학년 때 독일로 유학을 떠나 지금껏 기량을 연마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상범 서울시 부시장,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정창훈 LG아트센터 대표, 피아니스트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 이대욱 한양대 명예교수, 이혜전 숙명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 “국가별 특색있는 연주… 젊은 음악가들 열정에 감동” ▼
심사위원들 총평
이번 콩쿠르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문용희 미국 피바디음악원 교수(사진)를 비롯해 미셸 베로프 프랑스 파리 고등음악원 교수, 해미시 밀른 영국 런던대 교수, 파비오 비디니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국립음대 교수, 요헤베드 카플린스키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 얀 이라체크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교수, 나탈랴 안토노바 미국 이스트먼음대 교수, 에구치 후미코 일본 쇼와음대 교수, 중국 중앙음악원과 상하이음악원 학장을 지낸 유잉, 임종필 한양대 교수, 백혜선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문 심사위원장은 “클래식 연주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대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젊은 음악가들이 보여준 헌신과 열정에 감동했다”면서 “콩쿠르 결과는 긴 음악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수상하지 못한 참가자에게는 ‘다음에는 너의 차례가 될 거야’라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