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조선 유통 제조업 시장납품 관련 뇌물-뒷돈 광범위 거래부패는 기업경쟁력 좀먹고 막대한 지하경제의 원천 국가-국민에 심대한 피해 초래 기업들 지배구조 강화해 청렴한 기업문화 만들고 비리 엄격하게 감시-처벌해야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사례 1: 부산지법은 A사로부터 수출 원전용 디젤발전기 등의 납품 대가로 17억 원의 뇌물을 받은 B국영기업 부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다.(1월 11일자)
사례 2: C통신회사 자회사 직원이 통신장비를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하여 3개 은행과 10개 저축은행으로부터 2300억 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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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사례 외에도 건설업, 조선업, 유통업, 조립제조업 등 여러 업종에서 납품과 관련된 뒷거래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뇌물과 부패는 주로 공무원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되었으나, 이제는 시장 거래에서의 부패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제도를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거래 부패’란 ‘시장 거래에서 사는 쪽이 파는 쪽에서 받는 뇌물이나 뒷돈’을 가리킨다.
‘거래 부패’는 효율 저하, 지하경제의 확대, 더 나아가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시장은 더 싸고 품질이 좋은 제품이 선택될 때 제대로 작동하는데, 이런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경제의 효율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구매 부서의 비리가 심각한 기업은 결국 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품질이 저하되어 경쟁력이 약화되고 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물이나 뒷거래는 지하경제의 원천이 된다. 2010년 조세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7.1%로 추정하고 있고, 외국의 어느 연구자는 이보다 더 큰 27%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의 매출액이 부가가치의 4배 정도이고 거래 부패 규모가 거래액의 2∼3%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는 지하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고 볼 때 우리의 경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거래 부패는 사회의 공평성과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며 또한 식품과 같이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산업이나 국방, 사회간접자본과 같이 국가 안보에 긴요한 분야에서 확대되면 국가 및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된다. 위 보도에서 소개한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비리가 좋은 예이다. 만약 우리가 거래 부패를 상당히 축소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경제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확대되며 재정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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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거래에서 뒷거래의 유혹은 항상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결책은 윤리의식을 높이고, 감시를 강화하며,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또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최고경영자(CEO) 자신이 부패하거나 권한이 없어서 이해관계자와 타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회사 전체의 규율을 확립하기가 어렵다. 소위 공기업에서 거래 부패가 더 심한 것은 CEO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의 규율이 약하면 청렴한 기업문화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약한 지배구조와 기업 내 부패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윤리강령’을 선포해 사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매년 ‘준법서약서’를 통해 비리가 있을 때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을 받아야 한다. 의도적인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회사와 국가가 모두 가혹할 정도의 처벌을 해야 사회 전체의 기강이 설 것이다.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로 보아 이제는 거래 부패의 심각한 폐해를 제대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