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인투수’가 탄생했다. LG의 고졸 루키 임지섭(19)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개막 2번째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3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임지섭은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8년 만에 고졸 투수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고졸 투수 데뷔 승
잠실 LG-두산전 생애 첫 프로 무대 5이닝 1실점 호투
김기태 “쓸 재목이라면 큰 경기 뛰어봐야” 파격 기용
만원관중 앞에서 149km·타자와도 정면승부 ‘강심장’
새로운 스타탄생이다. LG의 고졸 루키 임지섭(19)이 누구도 예상 못한 퍼포먼스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임지섭의 깜짝 선발은 김기태 감독의 연이은 ‘파격카드’였다. 김 감독은 전날 열린 개막전 선발투수도 류제국이나 외국인투수 코리 리오단이 아닌 김선우(37)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방출한 친정팀을 상대로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은 김선우는 3.1이닝 4안타 2홈런 4실점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그리고 이날 개막 2번째 경기의 선발투수는 임지섭. 고교를 갓 졸업한 투수가 수많은 관중 앞에서 데뷔 무대를 치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날 패배를 설욕해야하는 상황이라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개막 2차전 선발로 신재웅(32)이 내정됐지만, 시범경기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임지섭이었다. 김 감독의 회심의 카드는 적중했다.
임지섭은 제주고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됐다. LG 관계자는 “지난해 신인선수를 고르는 구단 방침이 즉시전력보다 장래성이었다”며 “왼손투수에, 신체조건도 좋고 구속이 괜찮았다. 제구력이 다소 약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용마고 시절 슬럼프를 겪으면서 제주고로 옮겼고 폼을 바꾸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1∼2년 안에 재목이 될 인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즌을 시작하는 큰 경기에 낸 이유에 대해서는 “김 감독님이 ‘어차피 팀에서 키울 인재라면 큰 경기를 뛰어봐야 한다’고 기회를 부여하셨다”고 설명했다.
임지섭은 이날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호투를 펼쳤다. 직구로 한 방이 있는 두산 타자들을 제압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75개의 투구수 중 직구가 63개나 됐다. 최고 구속은 149km. 생애 첫 1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며 첫 승을 거머쥐었다.
임지섭은 경기 후 “오늘 첫 등판이라 쉽지 않았는데 승리투수가 돼 기쁘다”며 “어제 훈련 끝나고 선배님들이 ‘점수를 많이 내줄테니 편하게 던지라’고 하셨는데 (점수를 많이 내준)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계속 좋은 성적을 올리는 투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