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이슬람반군 평화협정 서명… 이슬람에 민다나오 자치권 부여
이번 협정으로 MILF는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무장투쟁을 철회하는 대신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방사모로 자치주’를 갖게 됐다. ‘모로’는 이슬람교도를 뜻하는 말이다.
방사모로 자치주는 필리핀 전체 국토의 약 10%에 이르며 상당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받을 예정이다. 우선 MILF는 자치주에서 독자적인 의회와 경찰 등을 구성하게 되며 과세권도 갖는다. 또 막대한 천연자원 개발에 따른 수입도 중앙 정부와 나눠 갖는다. 다만 국방과 외교, 통화관리 등과 관련한 권리와 책임은 중앙정부가 행사한다. 양측은 올해 말까지 방사모로 자치주 설립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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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정과 관련해 아키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역사적인 협정으로 향후 필리핀 전체의 평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질라 자파르 MILF 부의장도 “이번 협정으로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내전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큰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 계열 정치세력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MILF 이탈 세력이 무장투쟁을 선언해 평화가 안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ILF 지도부의 협상 노선에 반발한 ‘방사모로 이슬람전사단(BIFF)’은 올 들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평화협정 당사자인 아키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중반까지 협정 이행을 보장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평화 정책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