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유혹해 살아남은 꽃의 세계 독특한 향으로 여성의 욕망 충족… 튤립-장미는 미적 호기심 자극
르네상스 시대 유럽인은 음식으로도, 약으로도 쓸 수 없는 튤립을 단지 보기 좋다는 이유로 재배했다 (위 사진). 벌을 유혹하려고 ‘사프라날’이라는 독특한 향 물질을 생산하는 사프란의 암술은 현재 최고급 향료로 거래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꽃은 정말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키우고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자연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꽃들이 자신의 번식을 위해 인간을 조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사과나무처럼 과일이 열리는 꽃식물은 암술 아랫부분에 있는 씨방에 당분을 저장해 인간에게 과육을 제공한다. 달콤함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과육을 먹게 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전략이다.
많은 진화심리학자는 “인간이 꽃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꽃이 핀 자리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붓꽃과 식물인 사프란 크로커스 꽃에서 추출한 사프란은 중세시대에는 최고의 사치품으로 꼽혔고, 여전히 최고급 향료로 인정받고 있다. 풀이나 건초의 향취가 있는 금속성 꿀 향기를 연상시키는 사프란의 독특한 향은 사프란 크로커스의 암술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만드는 ‘사프라날’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나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은 꽃식물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이다. 새나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는 캡사이신은 쥐들에게는 ‘독’이다. 나른함을 몰아내주는 카페인도 박테리아나 곰팡이 성장을 막기 위한 식물들의 고육지책이다.
먹을 수도 없고, 약으로 쓸 수도 없는 꽃식물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 식물들은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생존에 성공했다.
비결은 꽃잎에 나타난 오묘한 색. 꽃잎에 있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산성에서는 붉은색을, 알칼리성에서는 푸른빛을 내는데 안토시아닌 종류나 농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꽃잎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과학동아 4월호에서는 세상을 은밀히 지배하는 꽃 특집과 함께 우주 급팽창 증거 첫 발견,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나무로 만든 고층 아파트 등 다양한 내용을 만나 볼 수 있다.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wooy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