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학자들 ‘아전인수 인식’ 비판 크림합병 근거 삼은 코소보독립… 당시 러의 반대 사실은 말 안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크림반도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2차 대전 이후 몇몇 역사적 사건을 근거로 삼았다. 스티븐 파이퍼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19일 “푸틴은 역사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본 뒤 말하고 싶은 것만 말했다”며 왜곡된 역사 해석에 일침을 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코소보 독립선언을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하는 정당성으로 삼았다. 코소보가 주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을 때 미국 등 서방이 이를 지지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당시 러시아가 코소보의 독립을 가장 강력히 반대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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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와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추진도 크림을 합병한 정당한 근거로 들었다. 그는 “두 지역 모두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며 “세계 어느 국가도 이들의 투표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크림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그렇지만 영국이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무시했다.
푸틴의 행동을 히틀러에 비유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푸틴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게 두면 다른 여러 국가가 러시아의 공격에 겁먹어 사실상 속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