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비수 이용은 K리그 클래식 개막 후 2경기 연속 자책골을 넣어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자책골은 부지런한 선수에게 가해지는 신의 심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팀 내에서는 어느 누구도 비판하지 않는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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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수비와 자책골은 한 끗 차이…자책골의 세계
제주 이용, 전남전서 2경기 연속 자책골
2011년 이용기 이어 K리그 2번째 기록
이용 “동료 타박 없어…다시 수비 집중”
골키퍼 자책골도 5번…지난해에만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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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책골은 신의 심술
K리그에서 자책골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225골(188명) 터졌다. 유경렬이 4골로 1위. 제주 이용을 포함해 신성환, 안현식, 이싸빅, 김영철, 김진규 등 6명이 3골로 공동 2위다. 수비수가 많다. 당연하다. 자책골은 대부분 수비수들이 골대 앞에서 상대 크로스를 걷어 내려다 나온다. 2경기 연속 자책골의 불명예를 안은 이용과 이용기가 기록한 4번의 자책골 중 3번도 이렇게 들어갔다.
자책골 상위 랭커 상당수가 스타플레이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유경렬을 비롯해 김영철, 김진규 등은 국가대표 출신이다. 자책골 장면을 잘 되새겨보면 이해가 간다. 공격 팀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수비수를 그대로 통과하면 자책골이 생길 이유가 없다. 이 경우 골대 앞 공격수가 완벽한 찬스에서 자연스럽게 득점한다. 자책골은 수비수가 사력을 다해 크로스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용은 “크로스가 넘어오는 순간 나를 넘어가면 주위의 공격수가 득점하게 되니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생각에 발을 뻗게 된다”고 설명했다. 좋은 수비와 자책골은 한 끗 차이다. 수비수 맞고 밖으로 나가면 칭찬 받고 굴절돼 골문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이 사실을 잘 알기에 경기 중 자책골을 넣은 동료를 비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용은 “(나를 타박한 선수는) 아예 없었다. 선수들, 선생님 모두 다독여주셨고, 힘을 내서 다시 수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비수가 자책골을 넣어도 본연의 임무인 수비만 잘 했다면 경기 후 감독에게 칭찬 받는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런 이유로 자책골은 열심히 잘 하는 선수에게 가해지는 ‘신의 심술’이라 볼 수 있다.
● 황당 자책골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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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울리고 웃겼다는 말을 종종 쓴다. 한 경기에서 골과 자책골을 모두 넣은 선수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이임생, 이기형, 한정국, 유경렬 등 11명이 이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이임생은 1997년과 2002년, 두 번이나 한 경기에서 골과 자책골을 동시에 기록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