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작은 암자…’ 책 펴낸 충북 청원 마야사 현진 스님
산 아래 작은 사찰의 작은 스님은 산 아래 예쁜 사찰의 글쟁이 스님이다. 현진 스님은 “절의 핵심은 법당과 식당, 해우소(解憂所·화장실)로 침묵 속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삼묵(三默) 공간”이라며 “법문을 즐겁게 듣고, 맛있게 먹고, 시원하게 배설할 수 있도록 세 공간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청원=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여름 내내 바람 피웠던 놈들이네. 예부터 부채를 일러 ‘지죽상혼 기자청풍(紙竹相婚 其子淸風)’이라 했다. 즉, 종이와 대나무가 만나서 그 자식이 맑은 바람을 낸다는 말이다.
―부채가 몇 개나 되나.
# 밭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속상하다. 어제 절 식구들이 모여 풀에게 ‘항복 선언’을 했다.
―책에 반농반선의 삶이라는데….
“아니다. 반반농(半半農) 반선이다. 농사가 염불보다 훨씬 힘들다.”
―3년 농사 점수를 준다면….
“30점이나 될까. 절집 식구 셋이서 500평 밭 풀 뽑기 힘들어 그냥 뒀더니 개망초가 지천인데 너무 예쁘더라. 그런데 이웃에서 제발 풀 좀 베 달라고 하더라. 풀씨가 이웃 밭으로 날아온다고 해서 허둥지둥 풀을 벴다.”
―치절은 무슨 뜻….
“어리석음을 끊는다는 건데, 치절암은 어째 발음이 영….”
―마야사는 좀 평범하다.
“늙어 암자를 다시 지으면 수졸암(守拙庵)으로 하려고. 나서지 않고 졸렬함을 지킨다는 의미로.”
―왜 파마를….
―곁에서 모시고 싶다는 말도 했다.
“몇 해 전 2박 3일 절에서 모신 적이 있다. 근데 대구 형님댁 개밥 줘야 한다고 가시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개 안 키우더라. 하하. 노인에게 진짜 효도는 편하고 익숙한 것이다.”
―속가를 멀리하라는 말도 있다.
“젊을 때는 그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누구든 부처인데 하물며 어머니 눈에 눈물 내면 되나.”
# 호빵을 맛나게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미련 없이 산문(山門) 속으로 들어갔다.
―출가 때 얘긴데, 지금도 호빵 좋아하나.
“겨울 되면 생각난다. 그때 내게 호빵은 세속의 상징이었다. 스님들 열의 열은 밀가루로 만든 것을 좋아한다.”
# 지난 동지 때 신도들과 팥죽을 나누면서 새해부터 3소 운동을 실천하자고 했다. 이른바 미소, 검소, 간소다.
―3소 운동은 왜….
“스님은 ‘서비스업’이다. 가끔 ‘그렇게 행동하려면 절에 오지 말라’고 하는 스님도 있다. 이 말은 서비스업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신도 없는 절, 교회, 성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청원=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