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글로브극장 세계 순회공연 예정… 인권단체 “北 공연 안돼” 극장측 “관람 권리 존중”
영국 런던 글로브 극장은 평양에서 햄릿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갈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극장의 갈등이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와 비슷하다. 사진 출처 스테이지앤드시네마닷컴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유명 독백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를 차용한 표현이다. 이 고민을 하는 주체는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으로 이름이 높은 영국 런던 글로브 극장.
글로브 극장은 북한 평양에서 햄릿 공연을 할 것인지를 두고 이런 고민에 빠졌다고 10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나이얼 쿠퍼 씨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지금도 10만 명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다. 고문과 성폭행, 강제처형 등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은 어떤 비극에도 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양에서의 순회공연 작품으로 햄릿이 선정된 것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인 햄릿이 삼촌에게 복수하는 작품 내용이 최근 북한의 정치 상황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북한의 권력자이자 한때 후견인으로도 여겨지던 고모부인 장성택을 배신자로 몰아 숙청했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일이 사망한 뒤 장성택이 그의 조카인 김정은의 권력을 빼앗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또 부패하고 여자를 밝히고 게임과 도박 중독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평양 공연 계획에 대한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극장 측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의지를 내비쳤다. 극장 관계자는 “과거 중국이나 러시아, 짐바브웨, 미국 등의 공연에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공연을 거부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모든 사람의 관람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극장의 순회공연은 다음 달부터 2년간 205개국을 돌며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북한 공연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극장 측은 잠재적인 외교적 마찰을 대비해 북한 주재 영국 대사관에 조언을 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