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 10년]수출 확대-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2001년 현대차와 기아차는 칠레에 각각 1만314대와 7478대를 수출했다. 당시 칠레의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10만 대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0.5%와 7.6%였다.
12년이 흐른 지난해 칠레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각각 3만5026대, 3만2444대로 급증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자체는 각각 9.3%, 8.6%로 큰 변화가 없다. FTA 협상 당시 일부에서 나오던 “한국의 첫 FTA가 현대·기아차에 가장 큰 선물을 안겼다”는 분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칠레 FTA 발효 이후 2013년 양국의 교역은 2003년에 비해 4.5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세계 교역 규모가 2.9배로 커진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훨씬 가팔랐다. FTA가 양국 교역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칠레 FTA 협상이 최종 타결된 2002년 10월 당시 정부는 제조업 부문에서만 칠레와의 무역수지가 연간 4억3000만 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한-칠레 FTA 추진 배경, 경제적 효과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KIEP는 칠레와 FTA가 발효되면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에 걸쳐 연간 수출이 6억6000만 달러 증가하고 수입은 2억6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FTA 체결로 인한 무역량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국내외 무역 환경이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영향은 놓치기 쉽다”며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된 부분은 이런 측면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무역적자가 확대됐다고 한-칠레 FTA를 ‘실패한 FTA’로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시 정부가 FTA에 대한 국민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무역수지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했던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시다발적 FTA는 한국이 세계 무역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됐다”며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이나 낙관론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