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는 해외 작가의 작품 판권이 몇몇 출판사에 심하게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해외 문학서 판매 순위 5위 내에 들었던 외국 작가들. 왼쪽 윗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욤 뮈소, 댄 브라운, 더글러스 케네디,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울루 코엘류. 동아일보DB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장르소설 작가의 책을 번역한 국내 번역자의 얘기다. 그는 인기 해외작가 작품의 판권이 소수 대형 출판사에 집중된 탓에 독자들이 신작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대형 출판사들의 해외 판권 확보 경쟁은 갈수록 과열 양상을 보여 ‘뜰 만한 외국 작가 작품은 일단 선점해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에선 “몇몇 대형 출판사의 경우 지금까지 확보한 작품만 모두 책으로 소화하려 해도 4, 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상위 5개 출판사 집중도는 국내 문학서보다 해외 문학서에서 매년 3∼10% 높았다. 오랜 작가 관리 노하우가 필요해 대형 출판사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국내 문학서보다도 해외 문학서 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더 심해졌음을 보여준다.
해외 유명 문학상 수상작이나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을 중심으로 한 ‘싹쓸이’에 가까운 이런 독과점 현상은 당연히 판권료 거품을 초래했다. 해외 문학을 취급하는 한 중소출판사 편집자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같은 일급작가의 신작 판권료는 25억 원,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같은 장르소설 작가조차 2억 원을 호가한다”며 “이 정도 판권료를 지불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해외 출판 에이전시 사이에서 ‘봉’으로 통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