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그런데 이 ‘대박’, 어디서 온 것일까. 몇 가지 설이 있을 뿐이다. 먼저 ‘큰 배(大舶)’설이다. ‘큰 배’로는 당연히 ‘큰돈’을 벌 수 있다. 다만 배라고 하면 ‘대박이 들다’ ‘대박이 오다’ 등의 표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두 번째는 노름 용어 ‘박’설이다. ‘박’은 노름판에서 이겨 여러 번 패를 잡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이 ‘박’에 ‘대(大)’가 붙었다는 것이다. 많이 따는 것을 ‘한 박 잡다’라고 한다. 세 번째는 흥부에게 횡재를 안겨준 ‘큰 박’설이다. ‘대박 터지다’ ‘대박 터뜨리다’라는 표현이 이 설을 뒷받침한다.(‘그런, 우리말은 없다’·조항범)
대박은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외신들은 주로 ‘잭팟(jackpot)’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공식 영어를 ‘보난자(bonanza)’로 정하고, ‘잭팟’은 보조적으로 쓰기로 했다. ‘잭팟’이 도박 용어여서 중차대한 남북통일을 운과 우연에 맡긴다는 인상을 피하려는 뜻일 것이다.
노다지는 아니지만 금이 꽤 많이 들어있는 광석이나 광맥을 ‘먹을알’이라고 한다. 꾸준하게 안정된 수익을 가져다주는 ‘중박’이라고나 할까. 이에 반해 광물 성분이 없는 잡돌은 ‘버력’이라고 한다. 시쳇말로 ‘쪽박’이다.
통일은 대박이 아니더라도 꼭 해야 할 당위이다. 그렇다고 제비가 통일을 물어다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 통일 대박을 원한다면, 노력과 준비라는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